[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44. 민생현장 하방령(下放令) 그 뒤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앞장서 현장찾아 소통
경제부처 중심 설탕값, 닭고기값, 통신요금 등 점검
현장 방문과 소통 강화에 "긍정적" "일회성" 찬반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민생현장 하방령(下放令)을 내린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은 24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경청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아 배추와 사과 등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들을 살펴보고 직접 구입도 했습니다.
일단 민생현장 방문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일회성 이미지 정치의 하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현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사우디와 카타르 순방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내각은 제대로 된 현장민심 청취에 힘써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는 행정, 보고서로 밤새는 행정이 아니라 직급별로 현장에 달려가 어려운 국민들의 생생한 절규를 듣는 현장 행정과 정책정보 활동에 매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하게 현장에 나가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일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여건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으로 힘들게 된 국민들이 너무 많다. 직접 가서 느껴야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정책을 찾아달라”고 총리와 내각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19일에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를 위한 정치, 선거를 위한 기조 전환’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소통만 하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주판알만 튕기지 말고 일을 추진하면서 소통에 매진하라”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들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민생 현장에 파고 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지시했다.
민생현장 하방령은 즉시 공직사회에서 작동되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30대 청년 행정관 10명과 간담회를 하고 국정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젊은 행정관들은 이 자리에서 “이념도 중요하나 공정 어젠다를 살려야 한다. 청년을 위한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젊은 세대가 안 보인다. 정책 및 의사결정 과정에 왜 젊은 사람들은 안 보이고 할아버지들만 보이느냐” 등 다양한 내부 비판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한 행정관은 “야권과 달리 우리 정부는 내각과 공공기관의 주요 보직에 30~50대 청년층과 장년층을 중용하지 않고, 6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모습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내부소통 결과가 과연 정책변화로 이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정책 간담회도 잇따라 갖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오세희)가 마련한 ‘소상공인 애로 경청 간담회’에 참석해 업종별 단체장들과 대출난 해소와 맞춤형 교육 등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이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다. 소상공인 여러분들이 잘돼야 시장경제가 잘 작동한다. 오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국정에 반영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김 실장은 23일에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태식)가 개최한 ‘과학기술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청년 과학기술인들을 만났다.
그는 현장에서 정부의 연구개발(R&D) 혁신방안 마련시 과학기술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달라는 건의를 받고 “잘 들었다. 제안을 관계기관에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는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R&D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관련해 과학기술계가 반발하자 김 실장이 현장을 찾아 소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도 민생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25일 서울 종로 상점가를 찾아 소상공인들을 만났으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도 같은 날 MZ세대 교사들과 소통했다. 김종문 국정과제비서관은 서울 목동 경인출입국관리청을 찾아 외국인 근로자들과 일선 출입국 공무원들의 어려운 점을 경청했다. 김민석 고용노동비서관은 서울 강남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교육기관들과 만나 청년고용 실태 및 교육·취업 지원 프로그램 현황 등을 살펴보며 현장 여론을 들었다. 최원호 과학기술비서관은 27일 통신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가계 지출과 직결되는 통신요금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민생현장 방문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삶의 현장을 찾아 정확한 민심을 확인해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로 일회성 일정을 잡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민생 현장을 자주 찾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기회를 자주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직자들도 일제히 민생 현장을 찾아 서민물가 등을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 총리는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민생 안정을 위해 고금리·고물가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임하라.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가 현장으로 나가라. 나부터 뛰겠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후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찾아 배추와 사과 등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들을 살펴보고 온누리상품권으로 직접 구입했다. 한 총리는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과 직결되는 품목들은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노량진수산시장을,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서울 창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각각 방문해 농축수산물 수급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평택 계란유통센터를 찾아 “계란 공급을 더 늘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완화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부처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국내 설탕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씨제이(CJ) 제일제당 인천공장을 찾아 설탕 재고상황을 점검하고 어려운 점을 경청했다. 농식품부는 국제 설탕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당분간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제당협회도 내년 초까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이날 국제 원당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원당에 대한 할당관세 유지 등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23일 콘텐츠 제작사 사무실에서 영상콘텐츠업계 관계자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영상콘텐츠 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CJ ENM 등 기업과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등 협회·단체 및 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취임후 첫 산업현장 행보로 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문화부는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이날 “결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의 지식재산(IP) 협상력이며, 이는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창작자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겠다. 변화하는 영상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에 맞춰 정책의 틀도 다시 짜겠다”고 했다.
문화부는 영상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투자확대, 제작사 역량 강화, 신규인력 양성 등을 위해 힘쓰는 동시에 전반적인 지원체계도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창작자·제작사·플랫폼 등과 함께 콘텐츠 창작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기획재정부·국세청·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범정부 석유시장 점검단을 꾸려 유가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로 국제유가 등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강경성 2차관 주관으로 관계 부처와 함께 ‘석유시장 점검단’을 가동키로 했다. 점검단은 고유가 시기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가격 담합 △세금 탈루 △가짜석유 유통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산업부·기재부·공정위 등으로 구성된 가격·담합반은 석유시장의 가격 현황과 물가 영향 등을 점검하고, 주유소 등의 가격담합 정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산업부·국토부·국세청 등으로 구성된 유통·품질반은 유가 보조금의 부정 수급 및 세금탈루 혐의 등을 점검하고 가짜 석유 유통행위도 적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닭고기 공급 확대를 위해 닭고기 계열업체 관계자와 협의회를 개최하고 닭고기 수급 상황을 점검한뒤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닭고기 수급 동향을 점검한 결과, 육용 종계의 생산성이 회복되고 수입 종란에서 생산된 육계가 공급되면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전년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종란 수입과 입식 자금을 지원한 계열업체의 병아리 추가 입식 상황을 점검하고 공급 확대를 위한 업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과 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위원장은 25일 서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업계 대표 및 협회와 소통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는 이영 장관과 한기정 위원장이 지난 9월 납품대금 및 하도급 대금 연동제 자율참여 동행 기업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마련됐다.
이영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동행기업이 지난 9월11일 4208개사에서 한 달 동안 8120개사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연동제가 빠르게 안착 중”이라면서 “연동제 참여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변동 위험 감소 등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연동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동행 기업을 연말까지 1만개사 이상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하도급법상 연동확산 지원본부로 지정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연동계약 체결에 있어 개별기업의 고충, 연동조건 설정과 이행 과정에서 당사자 간 갈등과 분쟁에 대해 현장에서 밀착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26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우리 수산식품 수출 활성화와 실질적인 기업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수산식품 수출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성훈 차관이 주재한 간담회에는 동원산업, 사조대림, 신안천사김, 신라교역 등 수산식품기업이 참석해 수출현장의 분위기와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정부는 한국수산회, aT, 수협, 한국수산무역협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수출 지원기관과 해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국제인증(MSC 등) 취득과 해외시장 개척에 선행하는 마케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수출기업과 정부간 소통 확대를 약속했다.
행정안전부 고기동 차관은 27일 충남 아산을 찾아 민생 현장을 살피고 지역 청년들과 소통했다.
고 차관은 먼저 아산시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농원정’을 찾아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지역물가 안정에 기여해 온 식당 관계자를 격려했다. 착한가격업소는 개인 서비스 요금 안정을 위해 2011년 도입됐다. 행안부는 2023년부터 국비를 확보해 업소당 평균 85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플랫폼 등을 통해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착한가격업소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 지역상인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 차관은 아산시 청년마을인 ‘DOGO온천’도 찾아 청년들과 함께 청년 지역정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도고면 청년들의 활동공간인 커뮤니티 카페와 사무실도 살펴봤다. ‘DOGO온천’은 아산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고면에 모인 청년 기업가들이 운영하고 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을 경험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청년마을을 통한 지역자원 탐색 등 지역활력 제고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부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완패후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꾸려 당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며 대통령실과 내각에 민생 현장을 찾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금주 다시 민생 경제를 주제로 회의를 주재하는 동시에 지방을 찾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선 패배후 대통령실 자체적으로 민심을 확인하는 여론조사도 실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확인된 다양한 민심을 반영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와 집권여당은 국민들과 부단히 소통하고 자주자주 민생 현장을 챙길 것”이라고 했다.
보선 완패이후 달라지는 대통령실, 집권여당, 정부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될지, 그리고 국민들의 삶에 얼마나 도움될지 주목된다.
* 필자 소개 *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2022년 정권 교체기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실의 국정을 기록하며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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