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메이저리거 이정후, "나처럼 친다고 다 잘 치는 것 아니야"

해외 진출 전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서 후배들에게 아낌 없이 노하우 전수

후배들에게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 이정후. 사진(고양)=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고양, 김현희 기자) "형처럼 친다고 해서 다 잘 치는 것이 아니야."

지난 28일부터 1박 2일 코스로 진행중인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서 '예비 메이저리거' 이정후(키움)가 해외 진출 전 뜻깊은 재능기부를 했다. 본인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이 지닌 노하우를 하나부터 열까지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1일 코치라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지도자를 해도 될 만큼 어린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T배팅을 통하여 후배들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 본 이정후는 "지금 상황을 줄게. 1사 만루, 끝내기 상황이야. 지금 이 상황을 가정하고 쳐보자. 자 시작!"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자처했다. 양질의 타구가 나오면 환호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하여 기대만큼 타구가 안 나오면 "괜찮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어. 또 해 보자!"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역시 일류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중 한 명은 이정후의 평소 타격폼을 유심히 본 모양이었다. 이정후를 향하여 "형처럼 타격할 때 허리를 완전히 뒤로 젖히면, 잘 치게 되는 것인가?"를 질문했다. 그러자 이정후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왜 그럴까? 이정후는 후배들에게 "형은 타격을 하다 보니까 잘 맞았을 때 허리가 자연스럽게 완전히 뒤로 젖혀진 것이고, 이것이 내 것이 됐다."라며,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무조건 본인을 따라한다고 해서 잘 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너희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뭐든지 시도해 봐도 된다. 형처럼 쳐 봐도 되고, 메이저리거처럼 쳐 봐도 된다. 이렇게 쳐 보고, 저렇게 쳐 봐야 본인에게 가장 맞는 폼을 찾게 된다."라며, 꽤 의미심장한 조언을 건넸다.

후배들에게 타격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이야기하는 이정후. 사진(고양)=김현희 기자

또한, "형도 초등학교 때 감독님께서 홈런 레이스 경쟁을 시키신 바 있다. 나는 처음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성장하고 보니 어렸을 때에는 단타도 쳐 보고, 장타도 쳐 보면서 자기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구나 싶었다. 지금은 정말 마음대로 해도 좋다."라며, 유소년 선수들 눈높이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러한 대선배의 조언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이후 시행한 유소년 기대주들의 T배팅 타구 비거리도 제법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