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골' 황희찬, '최초 + 최다' 득점 행진 황소 질주…울버햄튼, 뉴캐슬과 2-2 값진 무승부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도 득점왕 경쟁을 이어간다.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서 이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를 향해 달려간다.
황희찬은 2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골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후반 26분에 빛났다. 1-2로 끌려가며 패배가 조금씩 드리워지던 후반 상황이었다. 이때 황희찬이 자신의 장기를 잘 발휘했다. 문전 좁은 공간에서 침투로 기회를 만들었다. 토티 고메스의 패스를 받은 직후에는 특유의 접기를 선보였다. 마무리도 좋았다. 왼발로 접어 수비수를 제치기 무섭게 왼발로 슈팅하며 뉴캐슬 닉 포프 골키퍼의 타이밍을 속였다.
울버햄튼을 패배 수렁에서 구해내는 값진 동점골이자 자신의 잘못으로 실점한 마음의 짐도 털어내는 귀한 득점포였다. 이 골로 황희찬은 커리어 하이를 작성함과 동시에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절정의 골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는 황희찬은 요즘 아주 건강하다. 연속골 행보로 선발 입지를 계속 굳혀나가고 있다. 변함없이 황희찬은 측면과 중앙을 아우르는 공격수로 뛰었다. 뉴캐슬을 만나서도 마테우스 쿠냐, 페드로 네투, 라얀 아이트-누리 등과 울버햄튼의 창 역할을 했다.
골을 넣은 황희찬은 지금 순간을 더욱 만끽하고자 멀리 내다보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만큼 황희찬의 분위기가 좋다. 이 골로 리그 6번째 득점에 성공한 황희찬은 올 시즌 개인 득점 공동 5위에 오르는 좋은 출발을 보여준다.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21-2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임대 신분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황희찬은 곧장 5골을 넣으면서 울버햄튼에 완전 둥지를 틀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3골에 그치기도 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벌써 리그 6골로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넘어섰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7골 행보라 이번 시즌 두 자릿수 득점도 충분히 가능한 속도다.
개인은 물론 울버햄튼의 역사를 바꿨다. 홈인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6경기 연속 득점포 행진이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37라운드 에버튼을 상대로 득점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홈 5경기 모두 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홈 6경기 연속 득점은 1877년 창단한 울버햄튼 최초의 대기록이다.
황희찬은 강팀과 약팀 가리지 않는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골을 뽑아낸 여섯 상대만 보더라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톤 빌라, 뉴캐슬 등 순위표 전방위적으로 골을 뽑아내고 있다. 경기 후 황희찬은 "내 골은 팀이 기록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잘 이해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며 "동료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큰 영광"이라고 웃었다.
최근 들어 울버햄튼 최고 킬러도 분명해졌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울버햄튼의 시즌별 최다 득점자는 6골에 불과했다. 울버햄튼의 전력이 매 시즌 잔류에 우선을 두기에 많은 골을 기대하기 어렵다. 요즘만 보더라도 2020-21시즌 네투와 후벵 네베스를 시작으로 2021-22시즌 라울 히메네스, 지난 시즌 다니엘 포덴세, 네베스 등 모두 리그 6골이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불과 10라운드 만에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이제부터 황희찬이 기록하는 득점은 2020년 이후 울버햄튼 리그 골 기록을 경신해 나가는 큰 의미를 지닌다. 시즌 종료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황희찬의 기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는 황희찬의 건강한 몸과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이날 득점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도 했다. 전반이 끝나기 전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잡았던 황희찬은 걷어내려다 상대 파비안 셰어의 발을 찼다. 느린 그림 상으로 고의가 아니고 큰 접촉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결국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울버햄튼이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실수를 만회하려던 황희찬은 스스로 문제를 봉합했다. 경기 후 황희찬은 "페널티킥을 내줘 너무 슬펐다. 무언가 팀을 위해 해내야 했다"며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공을 차려는 순간 누가 나를 막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발을 멈췄는데 건드린 느낌이 났다. 개인적으로 페널티킥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황희찬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응원을 건넸다. 황희찬은 "동료들이 내게 믿음을 줬다. 다들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정말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골까지 넣은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황희찬이 극찬을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게 7.4의 높은 평점을 줬다. 또 다른 업체 '소파스코어'도 7.2로 황희찬을 좋게 평했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 역시 "황희찬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황희찬이 활약하는 데 있어 내가 한 일은 없다. 황희찬은 열심히 뛰고 있고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황희찬은 요즘 슈팅 정확도가 상당하다. 이달 중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득점 전환율을 보면 40% 이상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적은 슈팅에도 골로 연결하는 힘이 강하다는 증명이다. 이날도 황희찬은 슈팅을 딱 한 차례 시도했는데 그대로 골문 안에 집어넣는 힘을 발휘했다.
부상만 없으면 된다던 황희찬이다. 지난 시즌 줄곧 잔부상에 시달렸던 부분을 이겨내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부상만 없으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올 시즌 개막 전 영국으로 떠나면서 "우선 팀 성적이 잘 나올 수 있게 공수 최선을 다하면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했다. 황희찬은 "저번 시즌에는 중요한 순간에 부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몸관리에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안 다치는 데 중점을 두면서 4골보다 더 많이 넣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 나아진 시즌을 위해 국내서 쉬는 동안 개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스포츠를 겸하며 재충전에 매진했다. 더불어 대한체육회 홍보대사에 선임되며 다채로운 활동을 했다.
황희찬은 "축구도 당연히 하면서도 여가 시간에 복싱, 클라이밍,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에너지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면서 "홍보대사의 경우 축구 선수로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영광이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축구 외에도 아마추어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활성화에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책임감을 전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보여주면서 황희찬의 이름값과 스타성도 오르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기 전 적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의 이름 대신 'The Korean Guy'로 불러 논란이 됐다. 자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대의 골망을 흔들면서 프리미어리그에 황희찬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프리미어리그에 색다른 스토리를 안긴 큰 의미의 골을 뽑아낸 황희찬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만들어준 코리안 가이의 상징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연속골 행보야 말로 프리미어리그가 황희찬을 인식하게 만드는 분명한 행보다. 이때 얻은 투쟁심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연속골 행진으로 울버햄튼의 역사를 새로 썼고 이제는 한 시즌 최고 기록을 만들어가는 힘이 됐다. 황희찬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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