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숙녀`로 부활한 우크라 최고 여성 저격수…"푸틴, 지구를 떠나라"
'죽음의 숙녀(Lady Death)'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자원입대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를 부르던 별칭이다. 파블리첸코는 당시 소련군 '붉은군대'에 소속돼 독일군 300여명을 사살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소련군이 파블리첸코에게 간호병을 제안했으나, 그는 소총부대를 자원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죽음의 숙녀'로 부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에는 최전선 군인 5000명을 포함해 4만2000명 가량의 여성이 군 복무 중이다. 전체 우크라이나 군인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러나 여성 저격수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극소수의 여성 저격수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37세의 두 아이의 엄마 이리나(Iryna)가 고도의 훈련을 거쳐 무자비한 살인자가 된 사연을 소개했다.
키가 5피트 4인치(160cm)의 단신인 그녀가 편안한 직장을 포기하고, '죽음의 숙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조국과 가족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군인이 되기 전만 해도 그녀는 독서와 여행, 패션 등을 즐기는 지극히 평범한 시민이었다.
특수 부대의 유일한 여성 저격수인 이리나의 하루하루의 임무는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 군인을 사살하는 것이다. 그는 "내 첫 번째 살인은 올해 초였다. 나는 방아쇠를 당길 때 주저하지 않았다. 어렵지도 않았다"면서 "기쁨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울거나 속상함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 서쪽의 비밀 훈련캠프에서 복무하는 이리나는 2인으로 구성된 팀의 구성원으로서 고성능 열 망원경을 사용해 목표물을 찾는다. 저격총의 망원경을 통해 어둠 속에서 러시아 군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때로는 한 발의 사격을 위해 밤새도록 기다리기도 한다.
보안상의 이유로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은 이리나는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가족 사업인 소매점과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한 다음날 그는 서류를 가지고 군 동원센터로 찾아가 "군대에 복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대에는 여성 자원 봉사자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군에 입대하기까지 4일이나 걸렸다.
"군인으로 정식 등록되고 나니, 장교가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더군요. 그래서 최전선 돌격병이 되기엔 체력이 부족하지만, 취미로 하던 사격 경험이 있다고 했어요. 그는 별로 내키지 않은 듯 나에에 소총을 주었고, 지난 3월 저격수 훈련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 이리나는 바크무트, 돈바스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최전선 부대에 배치돼 활약을 펼쳤다. 그녀는 허리에 찬 버클을 가리키며 "내 벨트에는 본바스 흙이 묻어 있다"고 했다. 그 흙은 다가올 적에게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수 시간 동안 흙에 누워 있었던 흔적이라고 했다.
그녀가 선호하는 무기는 정교한 열상 조준경과 소음기를 갖춘 이탈리아산 338구경 빅트릭스 자격소총이다. 가장 좋아하는 사격 위치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이다. 선호하는 기술은 한 발에서 세 발 사이를 재빠르게 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그녀와 그녀의 정찰병이 적의 척후병에게 위치를 간파 당하기 전에 멀리 이동해야 한다. 특히 그녀는 자신과 같은 저격수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드론 공격이라고 밝혔다. 드론의 움직임을 거의 예측할 수 없어서다.
이리나는 군대에서 복무한 20개월 동안 또다른 장벽인 군대 내 성차별과도 싸우고 있다고 했다. 많은 고위 장교들은 여전히 여성이 최전선에서 복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리나의 가족은 그녀가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확한 역할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이리나는 어머니가 그 사실에 알게 될 경우 자신의 안전을 너무 많이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모친에겐 안전한 사무직에서 근무한다고 믿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잃어버린 영토, 즉 지난해 러시아에게 빼앗긴 땅과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의해 점령당한 크림 반도를 모두 되찾는 것이다. 그런 이후 전쟁이 끝나면 군대를 떠나 예전과 같은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는 "나의 가장 큰 소망은 아이들이 다시는 전쟁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자면 러시아를 이웃으로 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리나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지만 러시아인들이 화성으로 가버렸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웃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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