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 젊을수록 천천히 인상? 자동으로 연금액 조정?…정부 새로운 제안 내용보니[QnA]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10. 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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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조정안(수치)이 담기지 않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다음 날인 28일 설명자료를 내고 “연금개혁 논의가 찬반 중심으로 진행돼 의견 수렴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사회적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인터넷에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준비를 위한 공론화 과제를 새롭게 제시했다”며 보험료율 연령별 차등 인상,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확정기여방식 전환 등을 들었다.

정부가 새로 제시한 정책들 역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처럼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료율 연령별 차등인상을 놓고는 당장 중장년층이 반발할 수 있다. 자동안정화장치와 확정기여방식은 재정 불안정은 해소하지만 연금액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 정책의 세부 내용과 찬반 이유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젊을수록 보험료율이 천천히 오른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시 연령별로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 보험료율(9%)에서 5%포인트 인상한다고 할 때 청년층은 10~20년 동안에, 중장년층은 그보다 짧은 5~10년 동안에 올려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특정 시점에서 중장년층에게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된다. 연령별로 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차등을 둔 전례는 해외에도 없다고 한다.

-연령별 차등 인상을 제안한 이유는.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보험료율만 인상하면 생애 가입기간이 같더라도 청년층이 중장년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복지부는 청년세대 면접에서 “개혁 필요성 공감하나 청년층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수용이 어렵다”는 현장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적용 연도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입자나 전문가 반응은.

보험료율이 더 빠르게 오른다는 점에서 중장년층 가입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 시민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정 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부담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젊은 층이 기대수명이 길기에 연금 수령기간을 따지면 젊은 층이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반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앞으로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입기간이 길게 남은 청년일수록 보험료를 더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어떤 제도인가.

자동안정화장치는 경제 상황이나 인구통계에 따라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제도의 모수(母數)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규칙이다. 기대여명이 늘어나면 그해 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핀란드식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 모두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개혁이 쉽지 않다. 이에 대안으로 자동안정화장치가 거론됐다. 정부가 자동안정화장치 논의를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도의 장단점은.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연금제도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임의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보다 규칙적이고 투명하며,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70%가 이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를 도입하면 젊은 층에 제도의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급여 수준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삭감 이상의 연금 삭감제도로 보장성을 크게 훼손하여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확정기여방식 전환’은 내용이 뭔가.

보험료를 쌓고 급여를 주는 기본원리를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국민연금은 보험료·급여 수준을 미리 정해놓기에 확정급여방식(DB)이라고 한다. 확정기여방식(DC)은 보험료 수준만 확정해놓고 급여는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준다. 재정이 나빠져도 최소한 내가 낸 만큼은 급여로 보장받을 수 있다.

-‘내는 돈을 보장해준다’면 좋은 거 아닌가.

국민연금도 사회보험이라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연금은 지급된다. 다만 연금액을 가입자의 보험료로 주든 국가 재정으로 부담하든 미래세대 부담은 커진다. 정부는 DC형으로 전환하면 이런 재정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수 연금 전문가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이 991조원에 달하기에 DC형으로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DB형에 비해 급여 수준이 떨어진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급여 수준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가입자들의 평균소득 값(A값)을 넣어 결정한다. 이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한 ‘하후상박’ 제도다. DC형으로 전환하면 사실상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DC 방식 전환은 공적연금의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보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연금행동 측은 “재정안정을 위해 급여삭감 장치가 아니라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연금 개혁’?…핵심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빠진 ‘맹탕 개혁안’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271400011


☞ 연금 사각지대·수익률만 건드린 정부···첫째아부터 출산크레딧, 해외투자 60%로 확대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0271400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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