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명을 듣고도 외면"..故 이지한 모친의 먹먹한 편지[전문]

안윤지 기자 2023. 10.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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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윤지 기자]
배우 고 이지한 /사진=인스타그램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지한의 모친이 먹먹한 편지를 남겼다.

이지한 모친은 29일 고인의 SNS 계정을 통해 "세상 그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내 아들 지한아"라는 말과 함께 장문의 편지를 전했다.

그는 "지한아 네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나 생생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나질 않는게 있더라. 그건 너의 그 아름다운 눈빛이야"라며 "너의 그 맑은 눈빛이 도저히 기억이 나질않 아서 엄마는 요즘 또 어제와는 다른 절망과 싸우고 있어"라며 절망적인 심경을 밝혔다.

이어 "10월 말의 차디찬 도로 위에 덩그러니 던져져 구조를 기다리던 네가 또 얼마나 등이 시리게 추웠을까를 상상하니, 엄마도 그 고통에 죽고 싶어 한 손으로 목을 조르고 코를 막아도 봤지만 몇 초 만에 나는 내손을 비겁하게 떼었고, 솜 베개로 얼굴을 감싸고 숨이 멎어지는 그 순간까지 참아 보았지만 숨 못 쉬는 고통을 참지 못해 그만 얼굴을 들어버렸어"라며 "엄마는 정말 이 정부가 싫다. 살려 달라고, 압사 당할거 같다고, 수화기에 또렷이 너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외면해버린 짐승들.."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한 명도 죽지 않게 할 수 있었건만 도대체 왜! 정부는 예견된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매일 눈을 감고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고 분노는 너를 못 본 날수만큼 나날이 커져간다"라며 "엄마는 오늘도 다짐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일을 찾아보려한다. 매일 같이 슬픈 엄마는 네게 준 적이 없던 하얀 쌀밥과 살 안 쪄서 좋아했던 달지 않은 과일을 가지고 어김없이 너를 찾아간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159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지한의 비보도 전해졌다.

이지한은 2017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배우로 전향해 활동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MBC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촬영 중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이하 이지한 모친의 글 전문

세상 그 모든것과도 바꿀수없는 내 아들 지한아.
엄마야.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네. 난 지금도 엊그제 널 본 것처럼 네 얼굴이 또렷한데 말이야. 두 달 전 네 생일에도 네가 오질 않았는데 못본지 1년이 되었다는 오늘까지도 너는 여전히 우리 옆에 없구나.

지한아 네 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나 생생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게 있더라. 그건 너의 그 아름다운 눈빛이야. 아무리 기억을 해 내려 해도 너의 그 맑은 눈빛이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아서 엄마는 요즘 또 어제와는 다른 절망과 싸우고 있어. 이태원 그 길 위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10월 말의 차디찬 도로 위에 덩그러니 던져져 구조를 기다리던 네가 또 얼마나 등이 시리게 추웠을까를 상상하니, 엄마도 그 고통에 죽고 싶어 한 손으로 목을 조르고 코를 막아도 봤지만 몇 초 만에 나는 내 손을 비겁하게 떼었고, 솜 베개로 얼굴을 감싸고 숨이 멎어지는 그 순간까지 참아 보았지만 숨 못 쉬는 고통을 참지 못해 그만 얼굴을 들어버렸어. 너무 미안해 지한아.

엄마가 죄인이야. 너를 구하러 엄마, 아빠가 이태원으로 달려갔어야 하는데 그날 엄마라도 달려갔더라면 네가 그 차갑고 추운 길 위에서 구조도 못 받고 하늘나라로 가버리진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구나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방에서 다리를 오그리고 잠을 자야하고, 세상에서 가장 쓴 음식을 먹어야 하며 , 목이 말라 죽을 거 같을 때 겨우 물 한 모금을 먹어야 하며, 나는 내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나만 살아있음을 네게 미안해하며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되뇌곤 해. 네가 그런 엄마를 바라지 않는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진짜 엄마 속마음이야.

1년 동안이나 너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53번째 정거장에 내려 200미터를 걸어가는 그 길이 항상 가슴에 돌덩이를 하나 데리고 가는 것처럼 늘 낯설고 힘드는구나. 내가 왜 너를 만나기 위해 그 길을 가야만 하는 거니. 엄마는 정말 이 정부가 싫다. 살려 달라고! 압사당할 거 같다고! 수화기에 또렷이 너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외면해버린 짐승들.. ..

한 명 도 죽지 않게 할 수 있었건만 도대체 왜! 정부는 예견된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매일 눈을 감고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고 분노는 너를 못 본 날수만큼 나날이 커져간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다짐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보려 한다. 매일같이 슬픈 엄마는 네게 준 적이 없던 하얀 쌀밥과 살 안 쪄서 좋아했던 달지 않은 과일을 가지고 어김없이 너를 찾아간다.

지한아 너의 그 맑고 착했던 눈빛이 사무치게 보고 싶구나.
지한아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했다.
엄마는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너를 사랑한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으려 한다.
조금 이따 만나자..

2023.10.29.새벽4시.엄마가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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