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랑 부딪히겠는데?!···‘오프보다 더 리얼’ 하다는 에스파 VR콘서트 가보니

김한솔 기자 2023. 10. 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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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VR 콘서트의 한 장면. 카리나가 안무를 하면서 뻗은 손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에스파 공식 유튜브 갈무리

“완전 가까워서, 저희한테 단독으로 (콘서트)해주는 느낌? 학교 빠지고 올 가치가 있었어요.” “그 어떤 오프(대면 콘서트나 팬사인회 등)보다 생생하게 에스파를 봤어요.”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 앞이 걸그룹 ‘에스파’ 존으로 꾸며졌다. 에스파의 무대의상, 포토카드, 포스터, 팬들을 위한 메시지 보드가 세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리얼라이브와 글로벌 가상현실 콘서트 전문기업인 어메이즈VR이 공동 기획·제작한 <링팝: 더 퍼스트 VR 콘서트>의 첫날이었다. VR 콘서트 첫 주자인 에스파의 공연에 직접 다녀온 뒤 이승우 스튜디오 리얼라이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상영관으로 입장하기 전, 굿즈 패키지가 하나씩 제공됐다. 패키지 안에는 VR 기기를 착용하기 전 얼굴에 써야 하는 마스크, 콘서트 실물 티켓, 오프라인 콘서트 입장 시 주는 것과 같은 손목에 착용하는 종이 스트랩, 그리고 랜덤 포토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VR 콘서트 상영 전 받은 굿즈들. 김한솔 기자
눈 감았다 뜨자 펼쳐진 광야···진짜 에스파네?

VR 콘서트는 메가박스 상영관 안에서 진행된다. 티켓에 적힌 자리에 관객이 모두 착석하자 스태프가 들어와 VR 기기를 하나씩 나눠줬다. 스태프의 설명에 따라 마스크 착용 후 기기를 쓰고, 머리 크기에 맞춰 기기의 스트랩을 조였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눈앞 풍경이 우주로 바뀌어 있었다. 분명 내가 앉아 있는 곳은 강남구의 영화관 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순간적으로 현실감이 나지 않아 의자의 팔걸이를 쥐어보게 됐다. 몇초간 정면을 응시하자 기기가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왠지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손으로 기기를 위로 올려 위치를 조정하자 꼭 맞는 안경을 쓴 것처럼 이미지가 또렷해졌다. 기기의 안내에 따라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기기 안에서 손이 이미지로 인식됐다. 입장 전 받은 종이 스트랩 모양이 떴다. 왼손을 스트랩으로 가져가자 찰칵, 손목에 스트랩이 채워졌다. 진짜 공연을 보러 온 느낌이 들었다.

VR 콘서트 시작 전 로딩 화면. 스튜디오 리얼라이브 제공

콘서트가 시작됐다. 에스파의 세계관에 나오는 ‘광야’ 같은 행성을 지나 빠르게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이승우 대표는 “‘링팝’이라는 콘서트 이름은 K팝을 ‘링크’한다는 의미다.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다른 세계로 시프트(이동)한다는 기분을 주고 싶어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에스파가 댄서들과 함께 서 있었다. 무대 뒤로 에스파 세계관의 빌런, ‘블랙맘바’의 커다란 눈알이 움직이고 있었다. 콘서트의 첫 곡, ‘블랙맘바’가 시작됐다.

이러다 부딪히겠는데? 너무 가까워 깜짝
VR 콘서트 내내 에스파 멤버들은 관객을 향해 ‘아이 컨택’을 한다. 에스파 공식 유튜브 갈무리

VR 콘서트의 핵심은 ‘거리감’이었다. 꼭 <뮤직뱅크> 방청을 하러 갔는데 내 좌석이 무대 위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멤버들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체감상 멀어봤자 ‘두 뼘’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것 같았다. 특히 모든 멤버들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이 콘택트’가 계속되면서 정말 ‘나만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실제 촬영된 거리는 1.3m라고 한다.

“나쁘게 말하면 ‘너무’ 부담스러우면 안 되거든요. VR은 현실감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테크니컬 리허설 때 ‘가장 적합한 거리’가 무엇인지 여러 번 테스트했어요. 남자 아티스트의 경우 더 가까워도 사람들이 덜 부담스러워하는데, 여성 아티스트는 더 부담스러워합니다. VR의 효과를 누리면서도 너무 부담스럽진 않은 거리가 무엇인지, 수없이 테스트했습니다.”

공연 중간 에스파가 응원봉을 건네주고 있다. 스튜디오 리얼라이브 제공

공연 중간, 에스파 멤버들이 인사를 하며 ‘VR 스봉(에스파 공식 응원봉 이름)’을 건넸다. 오른손을 뻗으니 스봉이 손에 ‘잡혔다’. 주먹을 쥔 채 응원봉을 흔들자 응원봉에 불이 켜지면서 별가루 같은 것이 날렸다. 응원봉은 주먹을 쥐면 나타났다가, 주먹을 펴면 사라졌다. 콘서트는 KSPO돔처럼 생긴 콘서트장 같은 배경에서 마무리됐다. 맞은편에 꽉 찬 관객석에서 응원봉의 불빛이 반짝이자 실제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

“5곡 넘게 할 수 있지만 자칫 피로감”

콘서트에서 에스파가 부른 노래는 ‘블랙맘바’ ‘Spicy’ ‘Next Level’ ‘도깨비불’ ‘Life’s too short’ 등 총 5곡이다. 스태프가 VR 기기를 나눠줄 때부터 콘서트가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5분. 콘서트치고는 짧은 시간이지만, 얼굴에 직접 착용하는 VR 기기의 무게와 피로도 등을 고려해 계획된 것이다.

“테스트를 통해 가장 적합한 곡 수를 5개로 선정했습니다. 사실 더 만들 수도 있어요. 만드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촬영하고, 무대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면 그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나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장 유명한 곡 5곡으로 꾸몄습니다.”

콘서트 말미에는 에스파 멤버들의 ‘메이킹 필름’이 상영된다. 방송국 세트나 대형 돔 공연장 같던 곳, 광야는 모두 초록색 크로마키 천이다. VR 기기를 쓴 멤버들은 상영을 하며 “으악! 너무 가까이 오지마!” 라고 서로에게 소리치기도 한다.

VR콘서트의 다음 주자는 ‘엑소’의 카이다. 군 입대 전 촬영한 것들로 현재 제작 중이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이 대표는 VR 콘서트의 핵심 타깃층은 해당 아티스트의 ‘팬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글로벌한 콘텐츠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했다.

“콘텐츠 소비하는 성향도 바뀝니다. 과거에는 LP나 CD를 들었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틱톡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것처럼, 점차 진화되는 기술에 적합한 콘텐츠는 VR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M 소속 아티스트 외에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 콘서트도 제작하려 합니다.”

이번 링팝 VR콘서트를 선보인 스튜디오 리얼라이브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소년심판> <지금 우리학교는> 등을 제작한 VFX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에스파 VR 콘서트는 내달 21일까지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볼 수 있다.

VR 콘서트를 위한 촬영 중인 에스파 멤버들. 촬영 후 VR 기기를 쓴 카리나와 지젤이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느낌에 깜짝 놀란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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