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이 이번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낼까('무인도의 디바')
‘무인도의 디바’, 왜 무인도이고 왜 디바였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너 원래 조금 없어 보였거든. 철없고 개념 없고 생각 없고... 걱정 없고 그늘 없고 고민도 없고 울 일도 없고 그래서 너 볼 때마다... (짜증났어.)" 목하(이레)가 자신이 부른 노래가 어떻냐고 묻자 기호(문우진)는 그렇게 말한다. 상습적인 아버지의 폭력 속에 살아가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몰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있는 기호. 그는 가출해 춘삼도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해맑기만 해 보이는 목하가 짜증났었지만, 그녀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는 의외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호의 생각과는 달리 목하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술만 마시면 주먹질에 발길질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던 것.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기호는 목하에게 미안하다며, 또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새벽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집 창문을 두드리라고 한다. 자신이 그녀를 데리고 춘삼도 뜰 거라며. 기호는 목하를 구하는 일이 자신을 구하는 일처럼 여기게 된다.
tvN 새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애초 예고편과는 사뭇 다른 무거운 분위기로 문을 열었다. 박은빈이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처럼 생존하는 모습으로 어딘가 코믹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는 예고편이었지만, <무인도의 디바>는 자못 심각한 가정 폭력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섬마을 두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가수 윤란주(김효진)를 추종하는 '빠순이' 같던 목하는 그저 철없고 개념 없고 생각 없어 보였고 그래서 걱정 하나 없이 살며 그늘도 고민도 없고 울 일도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면 그가 그렇게 윤란주에 빠져들었고 노래를 불렀던 건 일종의 '탈출구'였다. 그 섬 출신으로 스타가 된 윤란주처럼 자신도 섬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노래를 부르며 그 힘겨운 나날들을 버텨내고 있었던 것.
결국 윤란주로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은 목하는 춘삼도를 탈출해 그녀를 만나러 가려 하지만, 끝내 배까지 쫓아온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려 바다로 뛰어들고 무인도에 표류해 무려 15년을 그곳에서 살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탈출하려 했던 소녀는 결국 그렇게 됐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무인도의 디바>는 그 어린 목하가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30대가 된 어른(박은빈)으로 구조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사실 섬에서 지내던 노래에 대한 꿈을 가진 소녀가 섬을 벗어나 노래하는 디바가 되는 스토리라면, 이런 구구절절한 우여곡절을 이 인물에게 부여할 필요는 없었을 게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소녀에게 '생존'의 서사를 부여했다. 즉 춘삼도에 살 때 목하는 어른들에게 보호받지 못했고 오히려 폭력의 피해자였으며 그로부터 탈출해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 무인도에서 15년을 살면서도 그는 여전히 생존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거나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무인도에 있거나 모두 고립되어 평생을 홀로 생존의 사투를 벌인 이 소녀의 서사가 더해지며 이 드라마는 그저 한 섬 소녀의 가수 꿈 도전기 그 이상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건 세상 어디에서든 생존하고 버텨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다. 목하가 부르는 노래는 그래서 그저 귀호강을 하게 해주는 그런 노래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게 하는 노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가정 폭력 같은 어두운 이야기를 전사로 깔아 놓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은 '없는 것처럼' 해맑게 버텨내던 목하의 모습처럼, 드라마는 꽤 밝고 명랑한 톤으로 흘러간다. 즉 그 밑그림 안에는 가슴 절절한 상처와 아픔들이 담겨 있지만, 꽤 씩씩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목하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 목하라는 캐릭터를 다름 아닌 박은빈이 연기한다는 점은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어도 보는 이들을 맑고 밝게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여했던 박은빈의 연기가 아니었던가. <무인도의 디바>에서도 무인도에서 구조된 목하라는 인물이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꿈을 꾸는 그 모습을 박은빈이 얼마나 사랑스럽게 해석해낼지 자못 궁금하다. 이 생존의 삶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노래하는 모습으로 전해줄 위로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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