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이 조용히 머문 곳 [아트총각의 신세계]
야생동물 촬영 사진작가
흑백 채도로 이뤄진 풍경
인공적인 불빛만 존재
작가와 동물의 삶 교차
되돌아보면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수많은 작가를 만났다. 아트총각으로서의 삶을 계속 산다면, 더 많은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새로운 공간을 만날 거다. 필자는 작가의 삶을 종종 '야생'에 빗대곤 한다. "날것 그대로의 눈을 반짝이면서 생명을 마주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해서다. 그런 그들의 '반짝임'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반짝반짝'이다.
흥미로운 전시명을 내세운 권 작가는 생생한 동물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다. 이전 작품인 '북한산'과 '야간행'을 만들 땐 북한산을 떠도는 들개와 어두운 저녁에만 나타나는 야생동물을 꾸준히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가 찍은 사진 속 동물은 인간이 바꿔놓은 생태계에 적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번 '반짝반짝'에서 다룬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흑백의 채도로만 이뤄진 풍경엔 카메라의 플래시 빛이나 가로등과 같은 인공적인 불빛만 존재한다. 야생동물이 사는 공간이 결코 '야생'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마치 권 작가가 "우리의 눈엔 야생이지만, 동물들에게 그곳은 활동무대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세계"라고 말하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카메라 또는 가로등이 만든 빛은 작가와 야생동물이 교감하는 '창'이다. 권 작가가 카메라 플래시를 통해 '빛'을 만들어내면 야생동물과 작가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 찰나는 작가와 동물의 삶이 교차하는 극적인 순간이다. 사진 속 야생동물의 반짝이는 눈에선 모호함, 두려움, 호기심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권 작가는 이 순간을 '자신이 관람객과 만나는 때'와 동일선상에 놨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반짝이는' 전시공간에서 권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모호함, 두려움, 호기심 등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울러 그 순간을 서로가 교감하는 '찰나'라고 여기진 않았을까.
때론 모르는 이와 소통하고, 마뜩지 않은 사람과도 의무적으로 인사를 나눠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던' 세상을 그린다. 내적 소통을 통해 삶의 조용함을 만끽하려는 이들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권 작가의 전시를 추천한다. 전시명은 '반짝반짝'이지만, 시선만은 조용히 둘 만 하다. 11월 25일까지 열린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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