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 학원 '핼러윈 파티 통지문'에 학부모 의견 분분

경기도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직장인 김 모(45) 씨는 최근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으로부터 '핼러윈 복장 필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받았습니다.

핼러윈을 맞아 올해 학원에서 파티할 예정이니 아이에게 마법사나 핼러윈에 걸맞은 복장을 챙겨 입혀 보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태원 참사 1주기인데 통지문 자체가 너무 불편하고 원장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유치원생 다섯 살 딸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배 모(42) 씨도 핼러윈 행사를 하겠다는 유치원의 공지를 받았습니다.

배 씨는 행사를 안 할 줄 알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아이를 그냥 결석시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치원 교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는데 행사를 열었으면 하는 학부모가 절반을 넘어서 올해에도 하게 됐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일부 학부모는 아예 핼러윈 축제나 행사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주장합니다.

두 아이를 둔 함 모(39) 씨는 참사 전에는 애들이 핼러윈을 좋아해서 챙겨줬는데 앞으로는 지금처럼 행사를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참사 피해자가 너무 많았고 유가족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다섯 살 딸아이를 둔 신 모(37) 씨도 출산 전에는 핼러윈을 챙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아이가 태어난 후 몇 번 챙기기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굳이 행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곳에서 핼러윈 행사를 할지는 자율에 맡길 문제이지, 행사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지난해 참사를 의식해 올해 핼러윈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유치원과 학원들도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해한다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김 모(38) 씨는 올해 핼러윈 행사를 하지 않고 핼러윈이 어떤 날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만 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받았다면서 아이가 행사를 좋아하는데 올해는 생략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