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 된다고 할 때…‘괴물 메모리’ 만드는 데 몰두한 이 회사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75번째 이야기]
이러한 상상을 실현한 괴물 메모리 반도체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세계입니다.
HBM이 갑자기 뜬 이유는 바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수요의 폭발 때문입니다. 생성형 AI는 기존에 작동하던 컴퓨터의 연산 방식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씩 어려운 연산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동시 다발적으로 제시되는 수많은 단순한 연산을 동시에 해내야 하죠.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연산장치가 CPU(중앙처리장치)보다 GPU(그래픽처리장치)입니다. GPU는 동시에 모니터에 수백만 개 픽셀을 끄고 켜는 것과 같은 단순 병렬 형 연산에 최적이죠.
기존 게이밍 그래픽을 구현하는 용도로는 GDDR로도 충분했지만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이 역시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때 주목을 받은 게 HBM입니다.
HBM(오른쪽 그림 주황색)은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입니다. 그리고 칩 내부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위아래의 칩을 마치 데이터 전달을 위한 ‘엘리베이터’처럼 서로 연결합니다. 이를 어려운 말로 TSV(Through Silicon Via) 공정이라고 부릅니다. 이 엘리베이터 형태의 통로를 업계에서는 핀수(I/O)라고 부릅니다. 핀의 수가 많을수록 정보 전달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줄어들죠.
GDDR은 개당 핀 수가 32개 수준입니다. 위 그림처럼 통상 GPU 근처에 12개 GDDR을 배치하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총 384개 정도의 핀 수가 됩니다. 반면 HBM은 개당 무려 1024개의 핀 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12층 D램 아파트 안에 1024개 엘리베이터를 만든 셈이죠. 통상 4개 HBM을 GPU 근처에 배치하는데 이를 계산하면 4096개의 핀 수가 됩니다. GDDR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죠.
메모리 반도체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모리 테크데이’ 행사에서 5세대 HBM3E 제품 ‘샤인볼트’를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는 전작 대비 1.5배 커진 용량과 10% 개선된 전력 효율을 자랑하는 제품입니다. 초당 최대 1.20 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1초에 30 GB(기가바이트) 용량의 UHD(초고해상도) 영화 40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죠. 이 외에 메모리 3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HBM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선두 두 기업과의 격차는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HBM 수요가 정점에 다다를 6세대 HBM5의 개발을 누가 먼저 성공할 지도 관심입니다. 업계에선 3년 내 상용화 될 HBM5 핀 수가 전작 대비 최대 2배 많은 2048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자율주행, AI비서 등의 성능도 2배 이상 급격히 향상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칩을 쌓고 엄청난 수의 구멍을 뚫어 연결해버리겠다는 용감하고 무모했던 상상이 AI시대를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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