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손실, 해외부동산 펀드 어쩌나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낮은 공실률의 우량 해외 오피스 빌딩에서마저 투자 손실이 나타나면서 해외 부동산 펀드를 둘러싼 위기감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2018~2021년까지 설정된 부동산 펀드들의 만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개인들이 들어간 공모펀드 수익률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지역의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동의 매각을 결정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매각가는 5억8000만달러(한화 약 7879억원)로 투자금 대비 달러 기준 약 30%, 원화 기준 20% 손실이다. 댈러스 지역의 3분기 평균 공실률인 24%를 훨씬 밑돌아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웠음에도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3000억원은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로 조달해 개인도 다수 들어가 있다. 이 펀드는 개인에게 판매한 국내 1호 부동산펀드로 관심을 모으며 2016년 판매 당시 10일 만에 완판을 달성했다.
아직 펀드 수익률은 나오지 않았지만 7년 간 임대료로 나온 배당금을 고려하면 잘해야 본전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올해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소식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7월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4년 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빌려준 약 2800억원의 대출금이 대부분 증발했다. 투자 자산 빌딩은 홍콩 노른자땅 주룽반도(구룡반도)에 위치한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공실률 급등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펀드도 평가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달 도래 예정이던 만기를 2년 연장했다.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80%를 넘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계약을 해지해 공실률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아직 만기가 남은 펀드들도 1년 새 10% 넘는 자산가치 하락을 겪었다.
지난 25일 하나대체자산운용은 미국 텍사스 댈러스 지역에 있는 오피스 빌딩 가치가 전년비 10%, 2020년 매입가 대비 15%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운용 펀드와 같은 댈러스 지역이며 삼성전자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어 공실률도 거의 없지만 역시 자산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내년 7월 만기를 앞둔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는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도시에 소재한 아마존 물류센터 3건을 매입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감정평가액이 전년 대비 영국 13.36%, 프랑스 8.56%, 스페인 8.26%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의 엑시트를 두고 매각 대상자를 찾은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턱없이 낮은 가격에 팔고 나와야 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 있다. 그간 금감원은 해외부동산 펀드가 아주 우려할 만한 수준까진 아니라는 근거로 고점이던 2019~2021년 이전에 조성된 펀드가 많다는 점을 들었는데 2016년에 매입한 것조차 30% 손실 엑시트했기 때문이다.
11월 대출 만기에 따라 리파이낸싱 할 경우엔 높은 금리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펀드 손실이 커질 수도 있고, 향후 부동산 가치가 더 떨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어 매각을 결정했을 거란 시각이다. 업계와 금융당국은 해외 오피스 빌딩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당국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적어도 2만7000여명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묶여있다. 2018년 이후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14개로 판매액은 1조478억원이다.
대안 중 하나로 대두되는 것이 리파이낸싱 펀드를 통한 지원이다.
기관 투자자 중심 사모펀드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추가 자본 출자로 리파이낸싱 또는 대출 만기 연장이 가능한 반면 다수 개인투자자들로 모집된 공모펀드는 대출 만기 연장 리파이낸싱을 위한 추가 자본 출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손실이 날 경우에도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부동산 1순위 채권자는 은행이고 국내 공모펀드는 후순위 채권자"라며 "담보인정비율(LTV) 60% 건물이 20% 가격 하락시 공모펀드 손실률은 50%에 이르는 만큼 제2의 사모펀드 사태로 확대되지 않도록 리파이낸싱 펀드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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