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고성·야유' 사라진 회의장?…신사협정 맺은 여야

김효섭 2023. 10.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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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성과 야유가 사라진 국회, 상상해보셨나요?

여야가 모처럼의 신사협정을 맺었습니다.

국회 회의장 내에서 상대방을 향한 비방을 멈추고 항의성 피켓도 부착하지 않기로 한 건데요.

어떤 연유인지, 또 이 약속이 잘 지켜질지 임혜준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주 여야는 모처럼 훈훈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내에서 서로를 향한 고성과 야유를 멈추기로 한 건데요.

뿐만 아니라, 피켓 부착 등의 항의성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윤재옥 /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의 회의장 분위기를 좀 개선하여야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래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홍익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대통령의 시정연설 그리고 두 번째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중략)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양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신사협정을 맺은 건데요.

볼썽사나운 모습 좀 줄이고 달라진 국회 모습, 국민께 보여주자는 데 공감했다는 이야깁니다.

본회의장에서 열린 지난 당대표 교섭단체 연설 현장 한번 돌아볼까요.

이재명 대표가 먼저 연단에 섰는데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추정, 불구속 수사, 공판주의 원칙은 다 어디로 가고 구속과 기소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까 그렇지!)"

노골적인 야유가 이어졌습니다.

다음날 풍경은 바뀌었을까요.

<김기현 / 국민의혐 대표> "집값 폭등시켰지 않습니까? 전월세 대란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민을 좌절시킨 정권 어느 당 정권입니까? (땅대표! 땅땅땅!)"

비방이 교차한 회의장.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틀 동안, 본회의장에선 전국에서 올라온 100여 명의 초등학생이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상임위원회 회의장은 본회의장보다 더 격한 논쟁이 오가곤 합니다.

특히 피켓은 정쟁의 수단으로 단골손님처럼 사용돼 왔죠.

지난 국방위 국감장에선 이 피켓을 '붙여라', '떼라', 여야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감사는 진행 못하고, 회의는 파행했습니다.

<김병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켓을) 떼는 여부는 나중에 간사 간에 다시한번 합의를…"

<성일종 / 국민의힘 의원>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피켓을) 떼달라는 거예요."

일단 여야, 이거 끊어내겠다고 했습니다.

시간표를 따져봤을 때 당장 시험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장이 될 전망입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자리로, 매년 여야의 힘겨루기, 신경전이 팽팽해져 있을 때죠.

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시정연설 한번 돌아볼까요.

연단에 서 있는 문 전 대통령.

그리고 앞에 의원들이 앉아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 검은 상복을 입고 가슴엔 근조리본을 달고 등장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장할 땐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고 항의의 표시를 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노트북에 피켓을 부착하고,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냉혈한 표정으로 침묵 시위를 벌였습니다.

본회의장에 의도적으로 늦게 입장해, 대통령 연설이 예정 시작 시간보다 늦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땐,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습니다.

당시 야당 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등,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였는데요.

"야당 탄압" 외치는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힘은 "책무 위반"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고성과 막말 오가는 모습도 보기 좋진 않지만, 오랜 헌정사 관행을 깨는 행위도 옳진 않아 보입니다.

여야가 고성과 야유, 피켓 없는 회의장 만들자고 합의한 데에는 다가올 총선도 몫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지층을 단단하게 굳히고 중도층을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양당 모두 떠안은 상황에서, 정쟁만 벌이는 모습을 보여선 국민들이 등 돌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 아니냔 분석인데요.

여야 실제로 최근에는 비방보단 '민생'에 키워드를 맞춘 행보에 보다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인 것 같습니다.

오래 이어지면 좋겠는데 벌써부터 난관은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이어서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본회의도 또 한번의 관문이 될 전망인데요.

민주당이 방송 3법과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강경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로 필사 저지하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연말까지 '쌍특검'과 같은 남아있는 쟁점 사안,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서도 신경전은 예상됩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말로만 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이 전통 오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내는 용광로입니다.

방청석에 참관하러 온 초등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본연의 국회 역할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이번 약속만큼은 지켜내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junelim@yna.co.kr)

PD 김효섭 AD 김희정 송고 임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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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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