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임신?”···인간은 힘들어도 ‘이 동물’은 가능하다는데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0. 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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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5]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외설적 모습을 띠기 마련이지만, 이들만큼은 예외입니다. 짝짓기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입니다. 연인을 만나면 신체가 반짝입니다. 빛이 나는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는 셈이지요. 마치 바닷속에서 춤을 추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서로를 안고 있을 때의 모양이 마치 하트를 연상하게 해 사랑의 상징으로도 통합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짝 짓기 중인 해마. <저작권자=Bae Jiwon>
이들의 사랑이 유명한 건 비단 교미의 모습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동물과는 유달리 다른 ‘수태법’으로도 유명하지요. 수컷이 임신 후 출산하는 동물이어서입니다. 지구상 동물 중 임신하는 수컷은 이들이 유일합닌다. 바로 해마 이야기입니다. 얼마나 사랑꾼이기에, 아이까지 직접 수태하는 정성을 보이는 것일까요.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아름답게 사랑을 나누는 걸로 유명한 해마
해마는 작은 해양 물고기입니다. 작게는 1.5cm에서 크게는 35cm. 너무나 앙증맞은 크기에, 말을 연상하게 하는 모양새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지요. 구부러진 목과 긴 주둥이가 뿜어내는 귀여움 때문인지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한 귀여움 하지요.” <저작권자=Hans Hillewaert>
가만히 있어도 귀엽지만, 해마의 백미는 역시 짝짓기를 할 때입니다. 이들의 사랑법을 잠시 살펴보시지요. 제법 늠름한 모습의 수컷. 이 녀석은 암컷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입니다. 몸 전체가 밝은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준비됐다는 신호이지요.
“아기는 남자가 낳는 거지.” 짝짓기 중인 해마. <저작권자=Gulf Specimen>
마침내 꿈에 그리던 암컷을 만났습니다. 암컷 역시 밝은 빛입니다. 두 개체는 서로 반가운 듯 다가가 몸을 부르르 떨게 됩니다. 이들은 꼬리를 맞대고 마치 뽀뽀하듯 몸을 밀착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서로의 신체로 하트를 만들 듯 이들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심장을 연상시킵니다.
수컷이 임신을 한다
사랑이 끝나갈 무렵, 수컷의 배에 이상한 장면이 목격됩니다. 마치 캥거루처럼 주머니가 뽈록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지요. 갑자기 암컷이 이곳에 자신의 배를 갖다 댑니다. 접촉 부위에는 무엇인가가 옮겨가는 모습이 목격되지요.

수컷에게 전달된 건 두 개체 사이에서 수정된 알입니다. 암컷은 자기 일이 끝났다는 듯이 떠나버리지요. 알을 전달받은 수컷은 조용한 곳에서 요양에 들어갑니다. 임신한 아이를 품은 산모처럼요.

“남자라면, 임신이지.” 수컷 해마가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
약 열흘이 지났을 까요. 수컷 해마가 바다 한 가운데서 힘을 줍니다. 그 뱃속에서 새끼 해마들이 우르르 튀어나오지요. 평균 100마리에서 최대 1000마리까지 낳습니다.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수컷의 출산’입니다.
지구상 유일한 수컷 출산의 이유
해마의 수컷 출생은 생물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누차 말했듯 수컷이 생명을 품는 건 매우 드문 일이어서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수컷 생명체는 씨앗을 뿌리는 데만 열중하지요. 출산과 양육은 외면하고 가급적 많은 암컷과 관계하려는 건 자연의 이치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아직 과학이 모든 걸 알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나의 이론은 제시했습니다. 암컷과 수컷 간의 업무(?) 분배로 출산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마 종 전체로서는 짧아진 만큼, 더 많은 사랑, 더 잦은 임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과학자들은 수컷이 출산할 때 약 17% 정도 개체 수가 늘어난다고 분석합니다.

“이상형을 보니, 몸이 빛나기 시작해요.” <저작권자=Nhobgood Nick Hobgood>
수컷으로서도 마냥 손해만 보는 건 아닙니다. 짝 짓기 직후에 자신이 직접 알을 품을 수 있기에 ‘확실한 번식’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자신의 새끼가 맞을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요.

수컷의 든든한 도움 덕분일까요. 해마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높은 생존율을 자랑합니다. 100마리가 태어나면 약 5마리만 생존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수컷의 주머니가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해 새끼들을 튼튼히 자라도록 도운 덕분이지요. 이곳에서 새끼들은 망망대해 속에서도 저마다의 삶을 준비합니다.

거대한 물고기들이 도사리는 바닷속에서 해마는 1300만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그만 몸뚱이로, 그들이 거친 삶을 헤쳐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컷 아비들의 헌신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한테 잘해마.” <저작권자=Florin DUMITRESCU>
<세줄요약>

ㅇ해마는 수컷이 출산하는 지구상 유일한 생명체다.

ㅇ이 때문인지 해마 새끼들은 다른 물고기보다 생존율이 높다.

ㅇ아버지의 헌신이 있어야 자식이 번영하는 법이다. 아버지 사랑, 아니 좋아합니다.(엄마도)

<참고 문헌>

ㅇ조 롱,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행성B,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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