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5000만원에도 포기 못한 현역, 이제 후회 없이 떠난다…132승·2000이닝 해냈기에
[OSEN=이후광 기자] 연봉이 10억 원에서 무려 9억5천만 원 삭감됐어도 포기 못한 현역 생활. 그랬던 장원준(38)이 이제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천신만고 끝 현역을 연장한 뒤 132승&2000이닝 대기록을 해내며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웠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8일 “132승 투수 장원준은 20년간 정들었던 프로 마운드와 작별한다. 선수가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라고 1985년생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장원준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4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1차 지명을 통해 프로에 입성했다. 프로 5년차인 2008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2승)를 거두며 132승 전설의 서막을 열었고, 2009년 13승, 2010년 12승, 2011년 15승, 경찰청 복무를 거쳐 2014년 10승의 꾸준함을 뽐내며 4년 총액 84억 원에 두산과 FA 계약했다.
장원준은 과거 두산 왕조의 서막을 연 장본인이다. 이적 첫해 30경기에서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V4’ 1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27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하며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통합우승에 앞장섰다. 장원준은 2017년 14승을 올리며 롯데 시절이었던 2008년부터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장원준은 두산 4년차부터 원인 모를 부진과 부상에 신음했다. 2018년 24경기 3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를 시작으로 2019년 6경기, 2020년 2경기 출전에 그치며 에이스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2020년 2경기 평균자책점 12.71의 충격 속 은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장원준의 FA 계약 당시 연봉은 10억 원. 그러나 거듭된 부진 속 4년 계약 만료 후 두 번째 FA 신청이 불발됐고, 연봉 5000만 원과 함께 재기를 노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급여가 2019년 6억 원, 2020년 3억 원, 2021년 8000만 원에서 사실상 최저인 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장원준은 올해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계속 불펜을 하면서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다.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하고 아쉬움이 남을 거 같아서 올해는 후회와 미련 남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라며 “괜히 내 공을 못 던져서 볼넷 내주고 내려올 바에는 그냥 초구 가운데 던져서 홈런 맞더라도 이제 내 공이 안 통한다는 걸 느끼는 게 미련이 안 남을 거 같았다”라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 위기에 처한 장원준은 작년 10월 부임한 이승엽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선수의 진심을 느낀 이 감독은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의 전반기는 낭만야구로 불렸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승리가 없던 투수가 5월 말부터 3연승을 달리는 노익장을 과시했기 때문. 백미는 시즌 첫 경기였던 5월 23일 잠실 삼성전이었다. 당시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의 대체 선발을 맡아 5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무려 5년 만에 아홉수를 극복하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2020년 10월 7일 SK(현 SSG)전 이후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2018년 5월 5일 LG전 이후 1844일 만에 승리를 신고하며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 통산 130승을 달성했다. 또한 37년 9개월 22일에 130승을 거두며 한화 송진우(34세 4개월 18일)를 제치고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 기록을 경신했다. 우완투수까지 포함하면 KIA 임창용(42세 3개월 25일)에 이은 역대 최고령 130승 2위였다.
장원준은 이에 그치지 않고 6월 6일 잠실 한화전 5⅓이닝 1실점, 13일 창원 NC전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의 줄부상 속 관록투를 펼치며 팀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장원준은 6월 13일 NC전을 끝으로 더 이상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날 때마다 대체 선발을 맡아 팀을 위해 헌신했고, 그 결과 최종전인 10월 17일 인천 SSG전에서 역대 9번째 2000이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야말로 후회 없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장원준이었다.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9년간 188경기에서 47승 42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49로 활약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132승 119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4.28이다.
장원준은 구단을 통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며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라며 “이승엽 감독님,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다.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라는 소감으로 프로 20년 커리어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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