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학폭 의혹?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분명하게 밝힐 거예요”[인터뷰]
오랜만에 만난 배우 박혜수는 조금 얼어있었다. ‘학폭 의혹’ 이후 기자와 만나는 자리라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에 대한 경계심도 조금 엿보였다. 신작 ‘너와 나’(감독 조현철)에 대한 대답을 할 땐 더욱 조심스러웠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신호처럼 비쳤다.
“조현철 감독이 ‘너와 나’를 만들자고 시작했을 때 저, 피디님, 감독님 셋만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이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이어져온 건데, ‘너와 나’를 만든 모든 팀원이 제게 많은 신뢰를 보내주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고 이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아야만 한다는 죄송한 마음도 컸죠. 현재 수사 중이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해 피하지 않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밝히고 싶었어요.”
해당 의혹에 대해선 박혜수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를했고, 이와 관련해 현재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박혜수는 ‘스포츠경향’에 학폭 의혹을 받은 이후 세월호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 ‘너와 나’를 찍고 내놓기까지 느낀 여러 감정과 생각에 대해 털어놨다.
■“‘너와 나’ 세상에 꼭 나왔으면 좋을 이야기”
조현철 감독과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같이 출연하게 된 계기로 서로 알고 지냈다. 그러던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건 친분이 아닌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반성했어요. 기억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새 나에게서도 서서히 잊혀졌더라고요. 대본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되살아났고요. 세상에 꼭 나왔으면 좋을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욱 더 함꼐하고 싶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였고요.”
그는 극 중 여고생 세미 역을 맡아 ‘하은’(김시은)과 해맑은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김시은과 더욱 깊고 단단한 호흡이 필요했다.
“정말 많이 만났어요. 우린 뭘 하지 않고 공원에 앉아있기만 해도 서로 존재가 편해지는 사이였고요. 대화를 굳이 나누지 않고 멍 떄리고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되기 쉽지 않은데, 그런 사이가 됐어요. 시은일 이해하고 나니 ‘하은’과 닮은 점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극 중 세미가 하은일 사랑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장난기 많으면서도 툭툭 말을 하는 게 김시은과 비슷하거든요. 그 친구보다 제가 5살이 많은데 혹시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세월호 추모공간과 유가족들이 만든 연극을 직접 보러가기도 했다고.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그 사건의 희생자들을 더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만약 추모의 마음이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 각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고 상실을 겪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세미’와 ‘하은’이 안아주면서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게 위로처럼 닿았으면 하고요. 조현철 감독이 이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많은 이가 봤으면 해요. 또 이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지금의 목표는…평범한 일상 속 어떻게 해야 내가 건강해질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조현철 감독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선 그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였다는 그다.
“뭔가 특이한 포인트를 짚어줄 때가 잇었어요. 연기하다가도 ‘왜 이런 게 있어야만 하지?’라고 느끼는 작은 포인트들이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세미’와 ‘하은’의 감정선이 나중에 크게 폭발하더라고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모호한 미술도 그렇고, 하은과 세미의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죠. 조현철 감독은 큰 뜻이 있구나 싶었어요.”
여러 번 그를 울린 작품이지만 엔딩신에서 세미가 반려 앵무새에게 ‘사랑해’라고 거듭 말하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토록 되뇌였던 ‘사랑’은 그가 이 영화를 완주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잖아요. 그걸 찍으면서도 ‘내 안에 사랑이 없고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없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단단해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너와 나’ 팀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있었기 때문이죠. 그 안에서 저도 ‘세미’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요. 제겐 이 작업이 치유의 과정이었고, 제 인생에 있어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에겐 아직도 숙제가 남았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 시비가 가려지지 않았지만, 박혜수는 가려진 진실을 위해 끝까지 걸어가면서도 자신의 일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꼈던 지난 시간이었어요. 그냥 밥 먹고 친구들 만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심지어 행복하기까지 한 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아주 천천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라는 사람의 일상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떻게 해야 내가 건강해지는지 많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동안 바빠서 많이 돌아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도 살펴보고, 알지 못했던 순간에도 여기저기 도처에 사랑이 깔려있었구나란 걸 느끼고 있어요.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이를 아주 많이 먹었을 때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날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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