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 뻥 뚫어주는 '용감한 시민' 신혜선의 날아차기

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2023. 10. 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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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사진=콘텐츠웨이브㈜

살다보면 불의의 순간을 목격하는 일이 생길 때가 생긴다. 개인주의가 심화된 현대사회에선 대부분 자신이 피해를 입은 일이 아니라면 외면하거나 그 자리를 피하곤 한다.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보복을 당하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슬픈 현실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슴 답답해지는 뉴스들을 보면서 영화 속처럼 슈퍼히어로가 나타나 빌런들을 벌하며 정의를 구현하는 상상을 한번쯤 해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사회구조적으로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에게 슈퍼 히어로 무비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위로를 선사하는 스트레스 치료제다. 가슴속에 쌓였던 체증들을 한순간에 뻥 뚫어주는 후련함에 찾아보며 영웅을 기다리게 만든다.  

사진=콘텐츠웨이브㈜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 제작 스튜디오N)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과 차별화되는 한국형 소시민 히어로물.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 중 하나인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 악' 한수강(이준영)이 장악한 학교 현장에서  영웅이 돼가는 과정을 담았다.  복싱 유망주 출신인 소시민은 정교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핚교 폭력, 교권추락, 성폭력 등이 만연한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정의감이 이를 자꾸 막는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한수강의 만행에 각성하고 고양이 탈을 쓴 히어로가 돼 신분을 숨긴 채 응징에 나선다. 소시민은 과연 정교사 채용과 학원 내 정의 실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용감한 시민'은 김정현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너는 내운명' '그놈 목소리' '오늘의 연애'를 만든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의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적절히 담은 상업 영화로 완성했다. 영화 초반 웹툰 원작다운 만화적인 설정에 웃다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학교 폭력에 함께 분노하게 된다. 그러다 이를 바로잡으려 나선 소시민 히어로의 맹활약에 열렬히 응원을 보내게 되고 통쾌한 결말에 후련함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게 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쾌감을 선사하는 112분이다. 

사진=콘텐츠웨이브㈜

'용감한 시민'은 근래 보기 힘든 잘 빠진 상업영화다. 그러나 온가족이 관람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소 높은 학교 폭력 수위가 불편함을 선사할 수 있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실화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들에서 상업 영화 틀에 리얼리즘의 색채를 덧입혔던 박진표 감독은 '용감한 시민'에서도 실제 일어났던 학교 폭력 사건 단면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학교 폭력 뉴스들을 유심히 본 관객들이라면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들이다. 후반부 통쾌함을 주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 하지만 충격의 여파는 매우 크다.  학교폭력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감독의 메시지는 공감하지만 코믹액션물에선 다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아쉬운 점을 상쇄하고 남는 건 역시 주연배우 신혜선의 열연이다. 신혜선이 없었으면 '용감한 시민'이란 영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찬사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아무나 표현해낼 수 없는 소시민 캐릭터를 정말 능청스럽게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코믹이면 코믹, 액션이면 액션  똑부러지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멱살 잡고 소시민 영웅 탄생 과정에 동참시킨다. 영화 결말부 6개월간의 피땀눈물이 고인 신혜선의 날아차기에 저절로 박수를 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콘텐츠웨이브㈜

'절대악' 한수강을 연기한 이준영의 연기도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도무지 공감이나 동정의 여지가 1도 없는 '절대 악' 그 자체를 완벽하게 형상화했다. 대선배 신혜선에 절대 밀리지 않는 만만치 않은 연기내공을 과시하며 '차세대 연기파 배우'자리를 예약한다. 차청화, 박혁권, 이종옥 등 연기파 조연배우들의 코믹연기는 전력질주하는 영화에 잠시 숨통을 틔워준다. 

'용감한 시민'은 평균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하는 웰메이드 상업 영화다. 그러나 침체된 극장가에서 현재 다소 아쉬운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흘려 보내기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연기 잘하고 액션 잘하는 신혜선의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 갈 만하다. 비싼 입장권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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