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급 챔피언' 퓨리, '괴수' UFC 출신 은가누에 망신살... 힘겨운 2-1 판정승

[OSEN=이인환 기자] 이겼지만 졌다. 누가 봐도 타이슨 퓨리(영국)가 자신의 본 무대인 복싱 링에서 종합격투기 UFC 헤비급 전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카메룬)에게 굴욕을 맛봤다.

퓨리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복싱 10라운드 경기에서 은가누 상대로 2-1 판정승(95-94, 96-93 퓨리, 96-93 은가누)을 거뒀다.

이기긴 했으나 퓨리 입장에서는 역대급 굴욕적인 경기였다. 이번 경기는 UFC 챔피언 출신이지만 단 한 번도 복싱 경기를 가져본 적이 없는 은가누의 링 데뷔전이었다. 경기 전 예상으로는 퓨리가 단 한 대도 맞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경기 시작 직후는 예상대로였다. 은가누는 퓨리의 노련한 복싱 스킬과 스피드에 고전했다. 계속 펀치를 허용하면서 끌려가기 시작했다. 1,2 라운드 모두 주도권을 내주던 은가누는 3라운드에 반격에 나섰다. 퓨리가 은가누 상대로 연타를 날리던 중 은가누가 레프트훅 한방으로 퓨리를 다운시켰다.

퓨리는 바로 일어났지만 이 장면 이후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 그는 전술을 변경해 잔 펀치로 포인트 따기에 나섰다. 정면 승부 대신 아웃 복싱으로 포인츠 벌기에 집중했다. 반면 은가누는 여전히 무서운 맹펀치로 계속 다운을 노렸다.

은가누는 한차례 다운과 흡사한 슬립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경험 부족이 나타났다. 여기에 체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후반 라운드는 퓨리가 아웃복싱으로 리드를 이어갔다. 그래도 은가누의 공세에 퓨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지어 10라운드 시작 직전에는 은가누가 배당률에서 퓨리를 제치기도 했다. 특히 경기장의 팬들은 공격적으로 나서는 은가누에게 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자 양 선수의 표정은 확연히 엇갈렸다. 은가누는 미소, 퓨리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보였다.

단 경기 결과는 달랐다. 경기 후 나온 펀칭 스탯에서 퓨리가 은가누를 앞섰다. 결국 판정 끝에 퓨리의 승리가 선언됐다. 퓨리의 승리가 선언되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졌다. 퓨리는 이겼지만 기뻐하지 못할 정도였다. 은가누는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퓨리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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