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尹퇴진 투쟁" 이끌 적임자는
'첫연임' 위원장 양경수-'첫여성' 부위원장 박희은
"尹퇴진 투쟁" 한 목소리 속 "강하게" vs "변해야"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향후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어갈 지도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맞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선 위원장 후보 모두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외치고 있는 만큼 적임자를 가리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29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26일 후보 등록 완료 후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한 제11기(직선 4기) 임원 선거에는 현 집행부의 위원장인 양경수 후보(기호 1번)와 부위원장 중 한 명인 박희은 후보(기호 2번)가 차기 위원장으로 나섰다.
양 후보는 민주노총 '최초 연임' 위원장에, 박 후보는 민주노총 '최초 여성' 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 후보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분회장 출신으로, 3년 전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 조직인 전국회의(민족해방·NL계열)의 지지를 받아 비정규직 출신 첫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재신임을 받으면서 수석부위원장 후보에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장, 사무총장 후보에 고미경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과 함께 한 조를 꾸려 연임에 도전했다.
120만 조합원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약 100만 명이 직접 선출하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이 3인1조를 이루는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구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 사업부장과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사업실장 등을 지내고 현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한 박 후보는 전국결집(민중민주·PD계열)의 지지를 받아 차기 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양 후보와 결별하고 첫 여성 위원장에 도전한 것으로 수석부위원장 후보에는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이, 사무총장 후보에는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함께 했다.
이들 후보는 모두 출마의 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 개악과 탄압은 더욱 적나라해지고 노골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근로시간 개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불법 파업 엄정 대응, 각종 정부위원회 배제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노총은 '근로자의 날'인 올해 5월1일 건설 노동자 분신 사망을 기폭제로 정권 퇴진 투쟁을 공식 선포하기도 했다.
양 후보는 지난 27일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에 사용한 탄압은 유례 없는 것이었다"며 "정권은 민주노총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폭력 집단으로, 심지어 간첩으로 매도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탄압했다"고 규탄했다.
박 후보도 "우리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할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윤석열 시대를 사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희망과 바람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차기 위원장 임기 3년은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와 같이 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막중한 임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워 노조의 불법 행위에 더욱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 후보는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더 강한 투쟁, 더 강한 민주노총'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양 후보는 "어느 세력보다 앞장서서 퇴진 투쟁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성과라고 본다"며 "(창립) 30년을 눈앞에 둔 민주노총은 더 강하고, 더 커지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파업 등 각종 집회에서 조합원들의 대규모 참여를 이끌어낸 바 있다. 차기 위원장 출마로 위원장 직에서 사퇴하기는 했지만, 다음 달 11일 개최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도 20만명이 참여하는 위력적인 투쟁으로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후보는 "분노를 모아 송곳 같은 투쟁을 만들어냈어야 할 민주노총이었지만, 슬프게도 민주노총은 무기력했다"며 "보여주기 투쟁, 집회를 위한 집회, 심지어 특정 정파의 이해로 힘 있게 투쟁해야 할 시기를 논쟁 속에서 놓쳤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 파업'은 보름이 넘는 강경 투쟁에도 아무런 소득 없이 백기 투항으로 끝났다.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해온 노조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연계는 실리를 이유로 일단 수용하면서 정부에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현장의 절절한 요청이 저를 위원장 후보로 나오게 했다. 정권에 맞서 이기려면 민주노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며 '변화의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차기 위원장은 누가 더 위력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투쟁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누가 위원장이 되더라도 현 정부와 깊어진 갈등의 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동 기간은 다음 달 20일까지다. 내달 7일에는 후보자 합동 토론회도 개최된다.
투표는 다음 달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전자·현장·우편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장 투표나 일부 재투표, 결선 투표 여부는 같은 달 28~30일 중 공지할 예정이다.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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