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된 토양 되살리는 ‘검은 가루’의 정체는?
고온 처리 뒤 흙 생명력 지키는 역할
미국에서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바이오차’라는 물질로 정화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바이오차는 나무 같은 바이오매스를 저산소 환경에서 태울 때 나오는 물질이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최근 오염된 토양 안에 바이오차를 섞은 뒤 고온으로 가열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현재 오염된 토양은 일반적으로 원래 있던 장소에서 퍼낸 뒤 별도 장소에서 물로 세척하는 방식으로 정화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빨래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오염된 토양 안에 바이오차를 섞는 방법을 고안했다. 바이오차는 버려진 나무 조각이나 동물 배설물 같은 바이오매스를 저산소 환경에서 200~400도로 가열해 만든 검은색 물질이다. 이와 겉모습이 비슷한 숯은 1000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더러운 토양 안에 전류가 통하는 성질이 있는 바이오차를 혼합한 뒤 이를 통해 흙의 온도를 최고 3000도까지 높였다. 철과 같은 웬만한 금속이 녹다 못해 끓기까지 하는 초고온이다.
이 같은 가열 과정을 통해 납과 비소,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증기로 바뀌며 토양 속에서 제거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살충제 같은 유기 오염물질은 무독성 광물로 전환됐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바이오차가 이렇게 고온으로 달궈진 토양이 생명력을 잃지 않게 하는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토양 속에 물이 들어가는 침투율을 향상시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화된 토양의 발아율이 정화 전보다 20~30%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토양 정화 방법은 많은 물과 전기,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계면활성제를 써야 하고 씻어낸 오염 물질이 2차 오염을 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화 기술은 물이 필요 없고, 여러 오염 물질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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