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초대형 ‘엑스’?…‘이상한 무인기’ 떴다

이정호 기자 2023. 10.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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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연구진, ‘폼보드’ 재료 쿼드콥터 개발
가볍고 값싼 무인기 제작 가능성 증명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개발한 세계 최대 무인 쿼드콥터의 모습. 모서리와 다른 모서리의 길이가 6.4m에 이른다. 맨체스터대 제공

몸집은 마을버스만 하지만, 무게는 등산용 배낭 한 개 수준에 불과한 특이한 무인기가 개발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 ‘쿼드콥터(회전날개 4개짜리 수직 이착륙기)’가 등장한 것인데, 연구진은 ‘폼보드’라는 값싸고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이번 무인기를 제작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대학 공식 자료를 통해 세계에서 덩치가 가장 큰 무인 쿼드콥터를 개발해 최근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개한 이 무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덩치다. 동체의 전반적인 형태는 영문 엑스(X)자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회전 날개가 붙은 모서리와 또 다른 모서리의 길이가 무려 6.4m에 이른다. 마을버스 길이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무게는 가볍다. 24.5㎏이다. 보통 1박 이상의 산행을 할 때 등산객들이 짊어지는 배낭의 최대 무게와 비슷하다.

무게가 적게 나가는 이유는 재료 때문이다. 폼보드를 사용했다. 0.5㎝ 두께의 압축된 스티로폼 표면에 종이가 덮여 있다. 가벼운 데다 내구성이 비교적 좋다. 값도 싼 편이다. 책상 하나를 덮을 정도 크기가 한화로 장당 수천원 수준이다.

피켓을 만들 때나 각종 사무용품 재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제작 의도에 맞게 칼 등 절삭 도구로 쉽게 자를 수 있다. 각각의 조각들을 접착제로 이어 붙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폼보드를 통해 필요한 만큼만 내구성을 갖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며 “과도한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폼보드로 무인기를 만든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영국 법제도에 따르면 무인기는 무게가 25㎏ 이상일 때부터 각종 규제 대상이 된다. 이보다 가벼운 무인기는 비교적 자유롭게 날릴 수 있다. 덩치를 키워 활용 범위는 확대하면서도 규제는 피할 수 있는 묘안을 낸 것이다.

다소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에도 구조나 성능은 여느 무인기와 다르지 않다. 50V(볼트)짜리 전압을 뿜는 배터리가 탑재돼 각 회전 날개에 장착된 모터 4개를 돌린다. 사람이 원격 조종할 수도 있고, 무인기가 자율 비행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번 무인기는 폼보드로도 이렇게 큰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용도이지만, 향후 화물을 운반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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