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밴드' 결성한 정엽 "고인 물 되고 싶지 않았어요"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네이밍이 중요하잖아요. 한 천 가지 정도 생각한 것 같아요. 챗GPT에도 엄청나게 물어보고."
가수 정엽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밴드 '코스믹 칩스'(Cosmic chips) 작명 과정을 떠올리며 즐거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뷔 전 소속사 몰래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20년 만에 다시 들어선 밴드의 세계에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코스믹 칩스는 정엽과 평균 음악 경력 10년 이상의 연주자 4명이 뭉쳐 탄생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펑크 밴드다. 밴드명에는 '우주에서 찾은 가장 맛있는 과자'라는 뜻이 담겼다.
'낫싱 베터'(Nothing better)로 정엽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생소할 수 있지만 그는 개인 앨범에서도 꾸준히 펑크를 선보여왔다.
그는 "펑크는 솔(soul)에서 나온 것"이라며 "옛날부터 해왔던 솔 음악에 빠른 비트를 얹으면 그게 펑크"라고 부연했다.
그런데 왜 하필 밴드일까. 정엽은 "밴드는 전체적인 바이브를 만드는 게 자연스럽다"며 코스믹 칩스의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일단 합주실에 모여요. 시시콜콜 1시간 정도 떠들다가 자정쯤 누구 한명이 리듬을 던져요. 그 위에 하나씩 얹고, 거기에 제가 마지막으로 멜로디를 만드는 거죠. 잼(즉흥 합주)이에요 사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과 놀기도 하고, 작업이 끝나면 술도 한잔 걸치는 게 밴드 음악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차곡차곡 쌓아온 곡들이 최근 발매된 첫 정규 음반 '그루브 서킷'(Groove Circuit)에 담겼다.
정엽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든 곡이 아쉽다"면서도 주변의 평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반응이 담긴 SNS 게시글 몇 개를 보여줬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음악을 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인트로(Intro)와 인터루드(Interlude), 아웃트로(Outro)까지 있는 옛날 스타일 음반을 낸 게 고맙다는 거예요."
그는 '그루브 서킷'이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음악이었으면 한다"며 "듣는 사람이 마음속으로라도 어깨를 들썩이면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
코스믹 칩스는 앞으로도 디스코 펑크를 담은 곡들을 차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정엽은 "'나도 음악을 하고 있다'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저기 두드려 볼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회만 된다면 코스믹 칩스로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고인 물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신인의 마음으로 이 도전을 잘 만들어 나가고 싶은 거죠."
정엽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정엽은 "멤버들과 얘기한 건 내년에 미니음반을 내자는 것 정도"라며 "공연은 일단 올해는 안 하는 걸로 됐다"고 말했다.
올 초 멤버 성훈의 탈퇴도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미쳤다. "셋은 저희도 좀 어색하고, 정비를 잘해서 앨범부터 내고 공연장에서 만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브라운아이드소울은 2019년 정규 5집 이후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엽은 그룹이 해체될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날 정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자, 내게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건 음악"이라면서도 "요즘엔 음악이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차트는 포기한 지 오래예요. 솔직히 말하면 대중 신에 있는 아티스트로서 힘이 빠지긴 해요.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어디 가서 음악의 존재를 확인받아야 하지? 하는 거죠."
정엽은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 무리하다 삐끗하느니 즐기면서 앞만 보고 걸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엔 확실한 취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확실한 자기 취향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끌고 가는 뮤지션으로 불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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