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선으로' 변화하는 공공건축…대구 수성구 미래를 엿본다
공공 건축물 설계 공모에 국내외 유명 건축·조경가들 참여
수성구청장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프레임 정착이 중요"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천편일률적인 네모반듯한 공공건축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공간을 창조하려는 대구의 한 지자체가 있다. 그저 감상에 머물던 조경이 건축과 결합하는 현대 추세에 발맞춰 수성구는 미래를 준비하며 조금씩 도시 공간 변화에 나서는 중이다.
29일 수성구에 따르면 수도권 중심의 문화관광 집중화 현상에 대응하며 국제적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수성못, 망월지 등 지역 대표 관광지에 랜드마크 건축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랜드마크 건축물로 지역을 대표함과 동시에 자연을 담고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건축, 조경 그리고 예술을 담은 새로운 유형의 장소로 조성하겠다는 수성구만의 시도다.
국제 관광지로 발돋움…수성못, 지역 대표 복합 공간으로
대구지역 내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수성못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여행자거리 조성 사업은 크게 수상공연장과 수성브릿지 등 두 가지 사업으로 나뉜다.
수성못 수상공연장 300억원, 수성 브릿지 150억여원 등 투입되는 사업비만 45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상공연장은 연면적 1만240㎡에 수상무대 2500㎡ 규모에 관람석은 1600석 정도로 예상된다. 경관특화 보도교로 조성되는 수성 브리지는 폭 3미터에 길이 200미터 규모며 UAM,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성구는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제7차(2022-2026) 대구권 관광개발계획에는 같은 해 12월에 반영됐다. 올해 1월에는 2023년 국토부 해안 및 내륙권 발전 사업에 '수성못 스마트 여행자 거리 조성' 사업의 국비 165억여원이 확정되기도 했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지난 3월 수성못 스마트여행자거리 TF팀을 구성했고 건축기획용역도 5월부터 이달까지 시행됐다. 사업 내 수상공연장과 브리지 국제지명 설계는 공모형식으로 진행한다. 변경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수성구는 국내외 공모를 바탕으로 설계안을 확정해 2025년부터 공사를 단계별로 시행한다는 내부 일정도 마련했다.
자연을 담고 문화를 누리다…'미래 유일성 확보' 수성국제비엔날레
개념적·추상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된 장소에서 실체를 경험하는 현장 전시를 목표로 수성구는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를 준비 중이다. 공공건축과 국제비엔날레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전 행사인 프리비엔날레 전시회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초청된 국내외 건축·조경 전문가 80여명은 프리비엔날레 전시회에서 2024 수성국제비엔날레의 비전과 콘텐츠 구성을 미리 접했다. 실제 조성될 공공 예술 건축물의 설계 공모에는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함께 한다.
특히 참여하는 해외 건축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및 조경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해외 건축가와 설계사무소로는 뉴욕의 랜드마크 하이라인 파크를 설계한 미국 필드오퍼레이션(Field Operation), 박서보 미술관(가칭)의 설계를 맡은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는 평소 건축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건축가들이다.
서울 국제갤러리 3관을 디자인하며 국내에서도 친숙한 건축가 플로리안 아이덴버그가 공동설립자로 있는 SO-IL를 비롯해 독일 SBP&제임스카펜터(James Carpenter), 일본 차세대 건축가 중 선두 주자로 일컬어지는 이시가미 준야 등도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 다음스페이스닷원 등이 대표작인 매스 스터디스, 서울 성수동 아모레 성수를 만든 김봉찬 조경회사 더가든 대표, 서서울호수공원과 북서울 꿈의숲을 설계한 최신현 대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설계한 디림건축 등 국내 내로라하는 건축, 조경가들도 참여했다.
건축가 제임스 카펜터는 "수성구에 와서 기대 이상으로 놀라웠던 점은 호수와 그 주변 산맥의 어울어짐이었다. 전통과 현대 음악뿐 아니라 무용, 오페라, 연극의 중심지로서 도시가 지니는 역사는 수상 공연장을 설계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더욱이 특별하게 만든다"며 "(수상 공연장은) 랜드마크로서 도시, 지역민 그리고 관광객과 이 풍요로운 환경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덴버그 SO-IL 공동대표는 "자연과 도심이 교차하는 곳, 둘의 만남과 특유의 장소성,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작업을 설계하고자 한다"고 했다.
임영환 디림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현장 주변을 둘러보면서 수성못 위로 펼쳐진 파란 가을 하늘과 낮은 산세, 그리고 저층의 도시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스카이브릿지를 통해 도시와 수성못이 연결되고 그 위를 거닐면서 바라보는 발아래 도시의 전경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 상상했다"고 말했다.
"프레임 정착이 중요하다"…공간 패러다임 전환 나선 수성구
수성구 공공건축물의 변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도시 공간의 '프레임' 전환을 위해 지난 4년여 동안 김대권 수성구청장, 신창훈 수성구 총괄 건축가를 필두로 구청 조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왔다.
지난 2019년 8월1일 공공건축가를 위촉한 수성구는 다음 해인 2020년 5월13일 총괄 건축가를 위촉하며 지역 내 공공건축물의 변화를 시작했다. 그 이후 오랜 시간 방치됐던 취수탑을 조망 장소로 재탄생시킨 내관지, 오래된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한 정호승문학관 등이 수성구의 새로운 철학을 담은 공공건축물로 재탄생했다.
망월지 두꺼비 생태교육관, 진밭골길 쉼터·화장실, 제2구민운동장 화장실, 생각을담는길 힐링센터, 범어4동과 황금2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공공건축가가 참여해 준공 예정이거나 건축을 시작한 수성구 지역 내 공공건축물들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인류는 공간을 정의했다. 도시의 특성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공간을 점유하는 건축 조형물을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과 같이 계속,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패턴을 가져갈 것인지 또는 다른 패턴을 우리 지역에 들어오게 할 것인지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프레임은 앞으로 수성구의 미래 공간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기존과 다른 것들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기에 '프레임' 정착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다른 패턴을 가진 세계적인 건축·조경가들을 우리 지역에 불러들여 이러한 프레임을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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