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엔화·美장기채···3조 넘게 베팅한 개미들 '좌불안석' [선데이 머니카페]
엔화·美장기채 동시 투자 ETF는 20%대 ↓
최근 들어 코스피가 2300선마저 내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는데요. 미국발 긴축 장기화 쇼크로 전세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비단 ‘동학개미’ 뿐만 아니라 ‘서학개미’ 그리고 ‘일학개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3조 원 이상 사들였던 미국 장기채·엔화 상장지수펀드(ETF)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데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선 이 두 상품의 현 수익률 상황과 향후 투자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인 9월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국내 상장 장기채 ETF 8종을 628억 원, 해외 상장 ETF 4종을 총 2억 953만 달러(약 2835억 원) 사들였습니다. FOMC발 충격으로 국채 가격이 폭락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총 3423억 원을 추가로 쏟아부은 것입니다.
개인들은 올 들어서만 국내외 미국 장기채 ETF를 3조 원 넘게 사들였습니다. 국내 상장 장기채 상품 8종을 4908억 원 사들였고 미국 상장 ETF 3종(15억 6568만 달러)과 일본 상장 ETF 1종(3억 3291만 달러)도 대거 매입했습니다. 연내 금리 인하 시 상당한 자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결정이죠. 하지만 이들 ETF는 최근 일제히 연저점을 기록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ETF 중 개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 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은 20일 기준 -13.17%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빨라도 내년 봄쯤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금리 불안이 계속될 공산이 큰 만큼 장기채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장기채는 ‘테마주’가 됐다” 며 “당분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5.3%까지 열어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ETF 포함)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조사됐습니다. 총 순매수 금액은 3억 4086만 달러(한화 약 4617억 원)로 2위 ‘글로벌엑스 일본반도체(Global X Japan Semiconductor)’(4418만 달러)의 7배에 달했습니다.
일본 현지에 상장된 이 상품은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개인들은 미국 국채 가격과 엔화 가치가 모두 연내 상승 전환할 것이란 판단 하에 이 상품을 대거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가면서 손실만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이 ETF는 올 들어 26일까지 23.32%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이 970원에서 900원 안팎까지 내려가면서 환손실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습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0.25엔으로 엔화 가치는 연중 최저치이자 1년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습니다. 개인들은 이외에도 국내 유일 엔 투자 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을 올 들어 848억 원어치 사들였지만 5.91%에 달하는 손실을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한동안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저금리 고수 정책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됩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 이 경우 원·엔 환율은 875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계산됩니다.
다만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주식 투자는 유망하다고 봤습니다. 이민혜 KG제로인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화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증시 단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엔화 추가 하락에 따른 환손실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환헷지 ETF 등에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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