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레전드의 따뜻한 조언, "작심4일을 하루씩 늘려보라"

김현희 2023. 10.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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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필두, AG 금메달리스트들의 애정 어린 조언 잇다라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 참가한 전/현직 선수들. 사진(고양)=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고양, 김현희 기자) 야구에 진심인 유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인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

28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되는 본 캠프에 전국에서 모인 120명의 초등학교 6학년생 유망주들이 함께 했다. TV에서만 보던 레전드와 현역 선수들을 눈 앞에서 보자, 눈빛부터 달라졌던 이들은 정작 야구 이야기를 하자 자못 진지한 눈빛으로 선배들에게 거침 없이 질문을 했다. 이에 캠프를 주관하는 박찬호 대표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상당히 추상적인 질문만 들어왔는데, 지금 어린 선수들은 상당히 영리하다. 질문 자체가 예리하고 수준이 높아졌다."라며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오리엔테이션에서 야구 꿈나무들은 어떠한 질의를 했고, 이에 대해 선수들은 어떻게 답변을 했을까? MHN스포츠에서 그 열정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Q) 김혜성(키움) 선수에 대한 질문이다. 주장은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가?

김혜성 : 정말 솔선수범해야 한다. 특히, 주장은 보는 눈이 많다. 나도 잘 해야 하지만, 선수단을 전체로 이끌기 위해서 한, 두마디라도 해 주면서 격려해야 한다.

박찬호 : 김혜성 선수가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주장은 솔선수범해야 하는 자리다. 희생하면서도 본인의 퍼포먼스도 챙겨야 한다.

Q). 이정후(키움) 선수에 대한 질문이다. 타석에 들어설 때 어떠한 생각으로 들어서는가?

이정후 : 투수를 이기려는 단 한 가지 생각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여러분도 단계별로 잘 성장하면서 좋은 감독/코치님들께 지도 잘 받으면 된다.

Q) 구자욱(삼성) 선수에게 외야 수비를 잘 하는 방법을 묻고 싶다.

구자욱 : 외야 수비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쉬운 것은 없다. 훈련할 때 타구가 어떻게 날아 올 것인지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며, 연습할 때 이를 적용한다.

Q) 김재웅(키움) 선수는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가?

김재웅 : 포수마다 다르다. 여기 이지영 선배님도 계시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신 안 차리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 준다.

박찬호 : 이제는 질문이 상당히 예리하고 구체적이라 재미있다(웃음).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있었을 때에는 포수가 영어로 하는데,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통역이 마운드에 올라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종이 카드를 만들어서 소통했는데, 카드로 대화해서 감정이 없었다. 그 때는 포수의 의견도 안 들었다. 그래서 더 용기 내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때가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용기가 성적으로 나타날 때가 있었다.

손 들어 질문을 하는 선수들. 사진(고양)=김현희 기자

Q) 박찬호 레전드께서는 한 구 한 구 어떠한 생각으로 던졌나?

박찬호 : 앞서 이정후는 투수를 이기기 위해서 타석에 들어선다고 했다. 그런데, 투수는 타자를 이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과녁(본인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정확하게 들어가게만 하면 된다. 과녁만 보려고 노력했다. 잘 던진 공은 어짜피 타자들이 못 친다. 투수는 타자가 아닌, 과녁을 상대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공이 빨라서, 변화구가 예리해서 타자들이 못 치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제구된 공을 못 치는 것이다. 타자들이 잘 치는 곳은 대부분 정 가운데다. 잘 치는 타자건, 못 치는 타자건 실투는 놓치지 않는다.

Q) 박찬호 레전드께서는 마운드에서 어떻게 긴장을 풀었는가?

박찬호 : 마운드에서는 항상 두려웠다. 미국 관중들이 욕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도 컸다. 그러다 보니, 다음 플레이에 대한 계획이 생겼다. 용기라는 것은 그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잘 치는 타자는 불편하다. 왜냐? 잘 칠 것 같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타자도 어디가 약한지 알면 재미있어진다. 운동은 영리하게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 있는 선배들도 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문동주 선수도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두려웠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이 그 두려움을 내려놓게 됐다. 행복한 생각을 하자. 행복한 생각을 계속 리마인드하면, 두려운 생각이 사라진다.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경험이 쌓이면 된다.

Q) 양의지(두산) 선수는 포수가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보시는가?

양의지 : 투수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블로킹과 송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잡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

Q) 노시환(한화) 선수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고기만 먹으면 피지컬이 좋아지는가?

노시환 : 그렇지는 않다. 야채를 안 먹고 고기만 먹어도 피지컬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인은 먹어야 할 야채의 양을 고기로 채우고 있다(웃음).

박찬호 : 노시환 선수처럼 고기만 먹지 말고, 고기의 단백질을 소화할 수 있는 야채도 같이 먹어야 한다. 특히, 여러분들은 먹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Q) 박용택 해설위원님께 질문드린다.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보신 기분이 어떠한가?

박용택 : 야구할 때에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못 갔다. 그러다가 올해 29년 만에 우승했는데, 보는 입장에서 너무 부럽고 배도 아팠다(웃음). 그런데, 올해만 야구 잘해서 우승한 것이 아니었다. 준비가 잘 된 상태였다. 그렇게 준비가 차근차근 잘 해야 성적도 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친구들도 준비 잘 되어 6~7년 후 프로 선수가 됐으면 한다.

Q) 문동주(한화) 선수는 투수할 때 어떠한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하나?

문동주 : 단순하다. 본인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에는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처럼 보인다. 그 정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타자/심판이 어떠한 생각을 하건 간에 본인 위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Q) 잘생긴 강민호(삼성) 선수에게 묻고 싶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강민호 : 잘생긴 강민호 답변하겠다. 고맙다(웃음). 시즌 중 슬럼프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다시 기본부터 돌아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쉬운 것부터 찾아보고 해 보려고 한다.

선수들의 질문에 가장 성실하게 답변하는 박찬호 대표이사. 사진(고양)=김현희 기자

Q) 원태인(삼성) 선수는 어린 시절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원태인 : 어린 시절부터 많은 배려 속에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 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박찬호 : 성공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의 능력이 있다. 계획을 잡는 것과 꾸준함, 그리고 인내력이다. 마음이야 누구나 먹을 수 있다. 그러나 3일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나는 '작심4일'을 했다. 4일은 무조건 했다. 그게 3일째 되면 시행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것을 이겨버리면 기분이 상당히 좋다. 다만, 누군가는 또 작심4일을 할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5일, 6일 등등 한 번씩 더 하게 되어 아예 습관이 됐다. 그저 습관이 된 것일 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한다고 평가를 한다. 그러나 아니다. 남들을 이기고 싶어 '한 번'을 더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한 번을 더 하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 오른다.

Q) 곽빈(두산) 선수는 야구선수란 꿈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는가?

곽빈 : 사실 야구 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부모님이 야구를 좋아하셨다. 그런데, 싫어했던 순간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 어느 순간 갑자기 야구부에 들어가게 됐다. 계기라는 것은 이렇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올 수 있다.

Q) 이지영(키움) 선수는 포수로서 볼 배합을 어떻게 하는가?

이지영 : 전력분석팀 데이터도, 타자들의 컨디션도 본다. 그 모습을 보고 볼배합을 한다.

박찬호 : 감동했다. 여러분들의 질문 수준이 상당히 높고, 경청 자세도 상당히 좋아서 흐뭇하다. 여러분들은 지금보다 더 발전된 사회에서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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