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라 안전하다더니 -20%?” 초장기채에 우는 투자자[머니뭐니]

2023. 10. 2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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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최근 자녀가 결혼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전세금 지원을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서려고 PB센터에 연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기가 긴 초장기채의 경우 이자율 변동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타이밍에 따라 손익이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다"며 "이자율 변동리스크가 굉장히 큰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게 아니라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것이라는 걸 투자자들이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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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금리에 매매 타이밍 따라 희비 갈려
초장기채, 3~5년 이상은 각오하고 접근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고객 A씨는 금융사 PB센터 추천을 받아 지난해 초 수억원을 30년 국고채에 투자했다. 그러던 중 최근 자녀가 결혼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전세금 지원을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서려고 PB센터에 연락했다. A씨는 PB로부터 지금 매도할 경우 10% 이상 손실을 볼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

최근 1~2년 동안 시장 금리가 널뛰기를 하면서 A씨처럼 초장기채에 투자했던 고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단기에 매매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던 고객들은 시점에 따라 20% 이상 손실을 보는 등 희비가 갈라진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30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4.241%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연 3.683%에 비해 0.558베이시스포인트(bp)가 상승한 수치다. 10년물 국고채도 전일 연 4.392%를 기록했다.

시장 금리는 전세계적인 긴축 기조,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왔다. 2021년 8월 이후 한은은 만 2년 2개월만에 0.5%였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말 1% 후반이던 30년물 국고채금리 또한 지금 4%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경기 상황에 따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채권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금세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장기채를 사들인 투자자들 중 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가 왕왕 나타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초장기채를 사들였는데 만기 30년인 국채 20-2, 만기 20년인 국채 19-6 등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린 대표적 상품들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에도 장기채 투자로 단기에 7~8%가량 손실을 봤다며 항의하러 온 고객이 있었다”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른데다 금리 구간별로 매수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 경우 손실 본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만기 30년짜리 초장기채의 실질 듀레이션이 25~26년이라고 치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산술적으로 최대 25%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 역으로 2022년 10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장기채 금리가 하락했던 시기 타이밍을 잘 잡아 매매를 했다면 이익을 봤단 얘기다.

물론 채권 특성상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가 확정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 매매가 편리해지면서 잔존만기까지 가져가기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장기채를 산 경우도 많고, 일부 PB들 또한 자산 리밸런싱 차원에서 단기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반기부턴 금리 인상 터널에서 벗어날 거란 시장 예측이 지배적이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만기가 긴 초장기채여도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매매를 반복하면) 수수료 수익이 꽤 돼 팔 유인이 있다”며 “주식이나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한 장기 국고채는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금리가 단기에 떨어지긴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장기채 투자를 할 것이라면 분할매수 뿐 아니라 투자 기간 자체도 최소 3~5년 이상은 각오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기가 긴 초장기채의 경우 이자율 변동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타이밍에 따라 손익이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다”며 “이자율 변동리스크가 굉장히 큰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게 아니라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것이라는 걸 투자자들이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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