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군산상일고 동창 야구도, 모교 사랑도 2년 연속 1등
양준혁의 대구상원고에 9-8 역전극
모교 후배들에게 상금 3,000만 원 전달
MVP 차정국, 우수투수상 문용두
양준혁은 타격 3관왕 올라
'역전의 명수'라는 명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인문계로 전환한 군산상일고(전 군산상고) 야구 동문들이 똘똘 뭉쳐 극적인 역전극으로 고교동창 야구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이번 우승으로 모교 후배들에게 상금 3,000만 원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초대 대회에서도 상금 3,000만 원 전액을 안긴 데 이어 2년 간 무려 6,000만 원을 선물한 것이다.
군산상일고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야구대회 결승전(정규 7이닝)에서 8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양신' 양준혁이 버티는 대구상일고를 9-8로 꺾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우승 학교인 군산상일고에는 장학금 3000만 원, 준우승 학교인 대구상원고에는 장학금 1,500만 원이 주어진다. 공동 3위 팀에도 700만 원이 전달된다. 선배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 후배들에게 전달돼 학생 야구 선수들을 위해 쓰인다.
1회 대회 우승 멤버들이 올해도 변함 없이 위용을 뽐냈다. 40대 후반의 선발 투수 문용두는 무려 127개를 던지는 혼신의 투구를 펼쳤다. 6.1이닝 동안 1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7실점(3자책)으로 마운드를 책임졌고, 90개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앞선 4경기에서도 선발 마운드에 올라 모두 군산상일고의 승리를 견인한 문용두는 대회 5경기 22.1이닝 15실점(9자책) 22탈삼진 평균자책점 3.63으로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문용두는 경기 후 "한 경기에서 80개 이상은 던져봤어도, 100개 이상을 넘긴 적은 없었다"며 "다음 날에 팔이 안 올라갈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선후배들과 다같이 모교를 위해 던진 거라 힘이 났다"며 "아들이 내년에 군산상일고 1학년으로 진학한다. 아빠가 이렇게 했으니 아들도 조금 더 자신 있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타선에서는 차정국이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도루, 이우인이 4타수 4안타 2타점 2도루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대회 통틀어 5경기에서 타율 0.571(14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 3도루를 기록한 차정국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던 승부에서 군산상일고는 5-6으로 뒤진 6회말 2사 후 이우인의 동점 2루타와 최지원의 1타점 적시타로 7-6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7회초에 1점을 지키지 못해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지만 8회초 1점으로 막고 8회말 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사 만루에서 문용두의 희생 플라이로 8-8 균형을 맞췄고, 최지원이 또 한번 타구를 외야로 보내 끝내기 희생 플라이의 주인공이 됐다.
대구상원고는 아쉽게 졌지만 양준혁의 타격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번 대회 6경기 타율 0.688(16타수 11안타) 3홈런 14타점으로 타격상, 타점상, 홈런상 타격 3관왕에 올랐다.
군산상고 시절 역전의 명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이성일 전 전북도의회 의원은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 "군산시민들이 야구를 평소에도 즐겨 하고, 관심도 많다"며 "군산상일고가 결승에 올라 동창들의 결속력도 생기고 시민 의식과 도민의식도 더욱 고취됐다"고 기뻐했다. 이어 "올해 대통령배에서도 우승하며 인문계로 전환한 학교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고,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야구가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교동창 야구대회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생활체육 야구 저변 확대 및 모교 졸업생 간의 친목 도모와 야구부 지원 등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신세계 그룹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고 있다. 올해 대회엔 전국 40여개 학교가 참여했다.
이 대회를 계기로 동문들의 모교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게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이종훈 KBSA 회장은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야구대회는 동문 선후배 간 화합을 다지는 장"이라며 "앞으로도 신세계그룹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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