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로 사우디 간 네이버, 제2의 중동붐 일으킬까[사이다IT]
첨단기술 육성 절실한 사우디에 네이버 미래기술 인정 받아
SW 중심으로 IT 강국 도약 기대…로봇·클라우드·AI 추가 수주 기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국내 대표 플랫폼 네이버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하면서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 주택부와 약 1억 달러(약 1350억원) 이상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이같은 소식은 지난 24일 사우디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됐습니다.
이번 네이버 수주 소식은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정부 주관 '원팀 코리아' 사우디 수주 지원단에 합류한 지 1년도 안돼 거둔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수주 금액도 약 1억 달러에서 향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이번 수주로 향후 67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 뿐만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인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1호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이는 '디지털 트윈 인프라'를 한국 IT 기업의 독자 기술로만 구축하는 것으로, 이로써 건설, 토목이 이끌었던 1세대 중동 붐에 이어, 2세대 중동 붐에 IT가 가세하게 된 것입니다.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부터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합니다. 사우디는 이 플랫폼을 도시 계획과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트윈이란 작게는 물건부터, 크게는 도시나 지역을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드론, 지리 정보시스템(GIS), 5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이 적용됩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산업 현장에서의 작업 절차를 미리 검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루위브 컨설팅은 사우디의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기간 동안 연평균 63.1% 성장해 2029년까지 56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美·中 빅테크 제치고 네이버 낙점…대규모 디지털 트윈 기술력 인정
첨단기술로 '중동' 진출 개척…자율주행 로봇·데이터센터·클라우드 수출 청신호
이 전략의 일환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서울의 44배 크기에 달하는 최첨단 신도시를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주택 건설부터 도시 인프라, 모빌리티,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형 수주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점에서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죠. 네옴시티에 들이는 사업비만 677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네옴시티를 짓기 위해서는 ‘스마트 인프라’ 협력이 필수적이고, 스마트시티와 디지털 트윈 관련 모든 요소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는 네이버에 눈길이 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은 "사우디가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비전 2030을 중심으로 산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하고 있다"며 "제조업은 산업 기반이 많이 없어 상대적으로 육성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선진 기술의 도입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IT, 디지털 등 첨단산업을 한 축으로 삼았으며 이는 UAE, 카타르 등 다른 중동 산유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네이버와 협력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가 진행한 미국과 중국 빅테크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 간 기술 비교에서 네이버가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만든 실외 디지털트윈 데이터는 크게 HD(고정밀)지도, 자율주행차량 등에 쓰이는 RD(로드레이아웃)지도, 3D지도 세 가지 타입으로 재구축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10cm 내외의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부터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까지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는 10년간 기술 R&D에 적극 투자해온 결실입니다. 네이버는 매출의 25%를 기술 R&D에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사내 기술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를 출범해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3D·HD 매핑, AR 등을 연구해왔습니다. 아직까지 도심과 같은 대규모 공간 단위의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을 가진 기업은 네이버랩스 외에는 쉽게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번 수주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평가가 소프트웨어(SW)보다는 반도체와 같은 HW(하드웨어) 가 중심이 됐었기 때문입니다. SW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다소 낮은 가치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아울러 네이버가 메신저, 커머스, 웹툰 등 사업에서 일본, 북미, 유럽 등 진출에 적극 나서왔지만 미국, 중국 빅테크 등 글로벌 선두기업 대비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약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도 아직 20%대에 그칩니다. 이에 네이버의 오랜 고민은 내수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수출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우디 수출을 계기로 네이버 글로벌 인지도가 제고되고 해외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이버도 이번 사우디 수주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바라보며 한껏 격양된 모습입니다. 회사 안팎에서는 디지털 트윈 협력이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은 만큼 디지털 트윈 뿐만 아니라 ‘팀 네이버’가 가진 클라우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IT기술 분야를 사우디에 수출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번 사업을 계기로 네이버는 사우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네이버,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3월 사우디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ICT 협력 MOU를 맺은 바 있습니다. 또 사우디가 지난 3월 발표한 4개의 경제특구 설립 계획에 따르면 리야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력 산업으로 정하고 데이터 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등 구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유치 중으로, 네이버가 참여할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사우디는 네이버 제2사옥이자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인 ‘1784’ 단골 손님입니다. 네이버가 국토교통부 등 국내 기업들과 함께 ‘원팀코리아’로 사우디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1784에 사우디 주요 관계자들이 9번이나 다녀갔습니다.
사우디는 네이버가 10년 넘게 공들인 첨단 기술력을 세계에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수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우디 미래도시 기술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잡고, 제2의 중동 신화를 네이버가 만들어내기를 희망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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