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족쇄 풀고 영남당 탈색 시도…'인요한표 혁신안' 빛 볼까
비윤 냉소·중진 차출 부작용에 쇄신 실현 가능성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당 쇄신책의 밑그림이 형태를 갖춰가면서 혁신안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현재까지 제시한 양대 키워드는 통합과 변화다. 이중 통합은 당내 비주류 끌어안기와 호남 민심을 아우르는 서진(西進)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혁신위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해제를 '1호 안건'으로 정하고 첫 외부 일정으로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를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주류 끌어안기 시도…5.18 참배·이태원 추모 참석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는 지난 27일 첫 회의에서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대사면'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채웠던 징계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당내 갈등의 한 축이었던 비주류 끌어안기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도 혁신위의 대사면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징계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혁신위의 초반 대외 일정은 국민통합 기조 아래 진행된다.
인 위원장과 일부 혁신위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어 오는 30일 혁신위는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을 참배한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인 위원장의 호남 방문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공들여온 '서진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혁신위의 비주류 대사면 제안, 광주 방문 등의 행보에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과 청년, 중도층에 한발짝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돼있다"고 전했다.
'험지 출마론' 띄우기…수도권 공략해 영남당 탈색 시도
통합을 앞세운 혁신위의 외연 확장 시도는 두 번째 키워드인 변화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인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감한 총선 공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혁신위가 공천 룰 문제에 혁신의 메스를 댈 수 있을지를 놓고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들의 서울 험지 출마론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도권 한강 벨트에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을 후보로 내세우고, 낙동강 텃밭에는 정치 신인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내겠다는 함의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내에서는 만약 이런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국민의힘이 영남당 이미지를 탈색하는 변화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사면에 비윤 '냉소'…중진 차출론도 부작용 우려
인 위원장이 통합과 변화를 모토로 쇄신 구상의 얼개를 그리고 있지만, 당내 반발과 비협조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이 전 대표 등 비윤계 끌어안기는 당사자들의 반발로 실질적 통합 조치로 결론 나지 못하고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대사면 제안 발표 이후 이 전 대표는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했고, 홍 대구시장은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며 반발했다.
다만 징계 해제 당사자들의 반발과는 별개로 당 지도부가 화해와 통합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은 있는 그대로 평가해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일부 비윤계가 당의 손길을 받아들이든 말든, 당은 선의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비윤계를 포섭할 묘안을 내놓으려면 당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비윤계는 그간 당과 대통령실 관계가 수직적이라고 지적하며, 그 원인을 대통령실로 돌리고 윤 대통령의 선제 변화를 촉구해왔다.
이와 함께 중진 차출론은 여러 부작용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부산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으로 중진 차출론이 불거졌지만, 실제로 영남 의원들의 후속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아울러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영남권 스타 의원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영남 중진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출마를 부추겼으나 오히려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과 인지도가 떨어진다면 당내 공천 갈등만 일으키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 위원장이 '쓴 약'을 처방했지만, 지도부가 복용을 거부한다면 혁신안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남을 수 있다.
당 관계자는 혁신안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반발과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인 위원장이 현재까지 언급한 방향은 맞는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도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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