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 놓쳤다' 포항, 황당 몰수패 위기...심판 미숙 운영이 낳은 '인재'[오!쎈 현장]
[OSEN=전주, 고성환 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실수와 심판진의 미숙한 운영이 만나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전북은 공식전 4경기 무패(3승 1무)를 달리며 승점 53점(16승 7무 13패)으로 4위 자리를 지켰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어수선한 상황도 많았지만, 양 팀은 나란히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승점 1점씩 나눠 가졌다. 전북이 후반 9분 구스타보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포항도 후반 25분 제카의 페널티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포항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다. 갈 길 바쁜 2위 포항은 승점 60점(15승 15무 5패)에 머무르면서 한 경기 덜 치른 선두 울산(승점 67점)을 바짝 추격하는 데 실패했다. 그 덕분에 울산은 29일 대구를 꺾으면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양 팀 선수들이 90분간 땀 흘려 만들어 낸 경기 결과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포항의 실수와 심판진의 아쉬운 운영이 대형 사고를 낳았기 때문.
문제는 두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26분 터졌다. 포항은 신광훈을 투입하며 발목을 다친 김용환을 불러 들였다. 아니 김용환을 불러 들이려 했다.
대기심이 들어 올린 교체판에는 김용환의 등번호 3번이 아닌 김인성의 등번호 7번이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김인성은 그대로 경기를 뛰었고, 심판진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차량을 타고 나온 김용환이 벤치에 앉았다. 명백한 교체 오류.
물론 김용환은 부상으로 경기장 밖에 있었지만, 공식 기록상으론 후반 32분 김승대와 교체됐다. 대신 김인성이 공식 기록상 전반 26분에 교체되고도 6분 가까이 경기장에 남아있었다.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주심은 포항에 문제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일단 경기가 재개됐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교체된 김인성이 계속해서 경기장을 누볐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
전북 구단 설명에 따르면 포항 벤치에서 교체표를 제출할 때 잘못 적어냈다. 스태프가 부상 선수를 헷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기심을 비롯한 심판진도 제출한 등번호와 다른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마저도 전북 벤치에서 먼저 문제를 알아차리고 항의한 덕분이었다. 전북의 항의가 없었다면 잘못된 점조차 모를 뻔했다. 포항과 심판진의 동반 실수인 셈.
결국 포항은 황당한 몰수패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K리그 경기 규정 제33조 2항에 따르면 공식경기에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
김인성은 기록상 교체된 선수이기 때문에 '무자격선수'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광주가 대기심의 실수로 교체 규정을 어기게 되면서 다소 억울하게 몰수패당한 전례도 있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먼저 광주의 선수 교체 횟수가 모두 소진된 이후에 교체선수로 투입된 김봉진은 '그 시점에 경기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이므로 대회요강에서 정한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교체 오류도 비슷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전북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 관계자는 "연맹에 관련 공문을 보내서 공식 질의할 예정"이라며 "광주도 비슷하게 몰수패를 기록한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전북 측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다면, 1-1 무승부가 전북의 3-0 승리로 바뀌게 된다.
물론 포항 측에도 책임은 있다. 포항 벤치에서 교체 용지에 3번 김용환 대신 7번 김인성을 적어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기동 감독 역시 "김용환이 빠져야 했는데 우리가 체크할 때 7번 김인성으로 체크한 것 같다. 그리고 신광훈이 들어갔다"라며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심판진의 잘못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심판진에겐 두 번이나 이번 촌극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포항이 7번 김인성의 교체를 요청했을 때 김인성이 나오는지 제대로 체크만 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기심은 7번이 교체된다고 직접 교체판을 들고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번째로 전북 측에서 항의가 나왔을 때도 심판진의 대응은 규정과 맞지 않다. K리그 경기 규정 제33조 2항을 보면 만약 무자격선수가 경기 중에 발각됐을 시엔 해당 선수를 퇴장시키고 경기를 속행한다. 하지만 이날 김영수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만약 심판진이 규정을 확인하고 퇴장을 선언했다면, 포항도 몰수패 위기만큼은 넘길 수 있었다.
김기동 감독의 경기 후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선수가 우리 의도대로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다른 선수가 나오기 전에 들어가면 경고다. 왜 그러겠는가. 주심의 권한이기 때문"이라며 "주심이나 대기심이 무조건 체크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포항은 본의 아니게 규정을 어겼고, 뼈아픈 대가를 치를지도 모르게 됐다. 특히 심판진이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던 인재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심판진의 실수로 향후 행보가 변할 위기에 몰렸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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