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도 진짜 안 살래”…‘국산차값’ 독일차, 파격가에 수입차 충격 [세상만車]
한국서 파격가로 ‘수입차 대중화’
매스티지(대중명품) 인지도 상승
감자는 독일인들을 기근에서 구한 구황작물입니다. 감자는 토질이 나쁜 독일에서 잘 자랍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많습니다.
하지만 18세기까지는, 성경에도 나오지 않고 별다른 맛도 없고 모양도 이상해 ‘악마의 뿌리’로 여겨지며 가축 사료로 사용됐습니다. 아무리 배고파도 개도 쳐다보지 않는 감자는 먹지 않겠다는 독일인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프로이센(독일 전신)의 계몽군주인 프리드리히 2세(1712~1786년)가 매일매일 식단에 올리고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선포하는 등 감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독일인들에게 감자는 한국인의 ‘밥’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지금도 독일인들은 프리드리히 2세를 ‘감자대왕’이라 부르며 그에게 존경심을 나타냅니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죠. ‘독일 국민요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카르토페클뢰세’라 불리는 크뇌델은 겉모양이 예쁘게 삶은 노랑 감자인데, 푸석푸석하지 않고 쫀득쫀득합니다. 감자떡과 식감이 비슷합니다.
학센이나 슈니첼의 곁들임 음식이나 후식으로 많이 나옵니다. 때로는 밥과 같은 주식이 되기도 합니다.
크뇌델에 고기, 빵 부스러기, 야채 등을 넣으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을 지닌 요리가 됩니다. 독일인들에게는 밥처럼 질리지 않는 맛이라고 하네요.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을 위한 차’라는 뜻입니다. 폭스바겐 차량은 독일 감자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뛰어납니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우수한 벤츠·BMW·아우디도 있지만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입니다.
기본기가 탄탄한데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죠. 강한 생명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나는 독일 감자를 닮았습니다.
폭스바겐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티 내지 않으면서도 티 나는 디자인,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 탈수록 탐나는 성능도 갖췄기 때문이죠. 크뇌델이 연상됩니다.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수입차로 인기를 끌면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국산차값 독일차’에 환호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충격을 받았죠.
소비자 응원에 힘입어 폭스바겐은 5000만원 이하 수입차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가 됐죠. 현대차·기아와 벤츠·BMW의 틈새 공략에 성공한 셈입니다.
가격혁명의 시작은 3년 전입니다. 2020년 10월 ‘수입차 대중화’를 기치로 제타가 첫 번째 가격파괴에 나섰습니다.
‘국산차값 독일차’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충격적인 가격에 선보였죠. 기존 모델보다 실내공간을 넓히고 편의·안전성을 향상했지만 가격은 400만~700만원 내렸습니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은 2714만~2951만원이었죠.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를 이용하면 14% 할인 혜택을 제공받았습니다. 가격은 2329만~2533만원으로 당시 현대차 아반떼(1500만~2500만원)와 비슷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파사트도 가격혁명에 동참했습니다. 신형 파사트 GT 가격은 4435만~5321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3700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4000만원도 저렴하다고 평가받는 수입 중형세단이 3000만원대에 나온 셈이었죠. 수입차 업계 최고 수준인 5년 15만㎞ 보증 연장 프로그램도 적용받았습니다.
폭스바겐은 반란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기세등등해졌습니다. 같은해 7월에는 부분변경한 신형 티구안을 출격시켰습니다.
기존 모델의 재고가 소진된 뒤 7개월 만에 돌아온 티구안은 4000만원대 중후반대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깼니다.
기존 모델보다 240만원 저렴해진 4060만원에 판매됐습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를 적용하면 가격이 3800만원까지 내려갔죠.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는 가성비에 주력하던 전략을 가심비까지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치도 ‘수입차 대중화’에서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수입차’로 바꿨습니다.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대신 상품성을 더 높인 골프, 아테온,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가격혁명을 측면 지원하면서 가심비도 높이는 전략차종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ID.4는 아우디 Q4 e트론처럼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한 콤팩트 SUV이죠.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인 비틀과 골프 뒤를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폭스바겐의 존재감을 강화할 주력 차종입니다.
폭스바겐은 ‘독일 생산’ ID.4를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9월 ID.4는 사전계약이 없었는데도 3500대 넘게 계약됐습니다.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알음알음 딜러에게 연락했기 때문이죠.
‘계약 대박’ 비결은 폭스바겐의 ‘가격혁명’과 ‘탄탄한 성능’에 대한 믿음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고 보조금은 651만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86만~790만원이었습니다. 보조금 총액은 837만~1441만원으로 4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독일 전기차가 됐습니다. ID.4는 보조금만으로도 ‘가격혁명’에 합류한 셈입니다.
당시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은 서울 기준으로 국고·지자체 총보조금이 371만원이었죠. 벤츠 EQA 250은 360만~375만원, 테슬라 모델3 RWD는 40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출시된 2023년형 ID.4는 주행거리가 기존 405km에서 421km로 길어졌습니다.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도 4.9km/kWh로 향상됐죠.
가격은 프로 라이트가 5690만원, 프로가 599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국비 보조금은 580만원으로 유럽산 전기차 중 유일하게 100%를 지원받습니다.
폭스바겐은 이달에는 구입부담을 덜어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혁명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이용하면 29만원대 월납입금, 36개월 무이자 혜택, 500만원 상당의 카카오T 포인트 바우처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포인트는 카카오T 앱에서 전기차 충전, 택시, 주차, 대리 등을 이용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폭스바겐그룹 미디어 나이트에서는 ‘반값 슈퍼카’ 골프 GTI를 계승할 전기차인 ID.GTI 콘셉트도 선보였습니다.
전기차 시대 폭스바겐의 얼굴 역할을 담당할 플래그십 세단인 ID.7도 내놨습니다. 길이는 5m에 육박하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70mm에 달합니다.
그랜저는 전장x전폭x전고가 5035x1880x1460mm, 휠베이스가 2895mm입니다. 그랜저에 버금가는 크기이지만 휠베이스는 더 깁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 385마일(620km)입니다. 유럽 판매가격은 5만6995유로(8100만원)입니다.
향후 출시될 86kWh 배터리 장착 모델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35마일(700km)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 출시된다면 벤츠 E클래스급 전기차보다 저렴한 ‘그랜저급 아빠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하면 품질은 버금가고 가격은 저렴한 ‘대중명차(매스티지, Masstige)’ 전략을 전기차 시대에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전략은 수입차 시장에서 가격 인상 억제와 서비스 경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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