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고 5.6% 이자에 비과세인데”…달러예금 인기는 ‘미적지근’?[머니뭐니]

2023. 10.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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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 올해 169억달러(22%) 줄어
환율 ‘고점’ 인식에 환차익 수요 줄어든 영향
이달 들어 잔액 반등했지만…투자 위험도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연 5% 중반대로 올라서며, 연 이자율 4% 내외 원화예금과 수익성 격차를 벌리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과는 별개로 달러예금의 인기는 하락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400원대를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지 못한 채 등락을 반복하며, ‘고점’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다만, 최근 중동사태 등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이에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 고점 진입했다”…달러예금 수요 감소 추세
서울 중궤 위치한 한 환전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달러화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5.2~5.3%로 주요 원화예금(4.0~4.08%)과 비교해 최대 1.3%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기준금리차가 벌어지며, 상대적으로 달러예금 금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일부 은행서는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최대 연 5.6%의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도 판매 중이다.

그러나 금리 매력도와는 별개로 달러예금 잔액은 올해 감소 추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의 23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약 582억달러로 한창 수요가 몰렸던 지난 7월 말(628억달러)과 비교해 46억달러(7.3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 700억달러가 넘어섰던 지난해 말(751억원)과 비교하면 169억원(22.5%)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는 달러 투자로 이전만큼의 환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해진 영향이다. 올초 12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장중 1350원대를 돌파했다. 달러예금 보유자들은 대량 매도를 통해 환차익을 실현했다. 동시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비둘기파적 행보에 힘이 실리며, 달러 약세 전망도 나타났다. 이에 환차익을 노리는 신규 유입 세력도 줄어들며, 예금 규모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현상은 금융권 전반에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한 달 전보다 91억9000만달러가 줄어든 728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외화예금의 경우 환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예금금리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매력도에 비해 수요가 적은 데는, 수수료의 영향도 있다. 달러예금으로 환차익을 볼 경우,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전 수수료는 부담해야 한다. 현재 주요 은행서 달러예금에 가입할 경우, 별도 혜택 없이는 통상 50%의 환율우대를 제공받는다. 이에 1달러당 15원 내외의 수수료가 책정된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인 것을 가정하면, 이자율에서 약 1% 이상 수익률을 수수료로 사용해야 한다. 현재 원화예금과 달러예금의 이자율 차이 역시 1%포인트 수준이다. 굳이 수익률을 위해 달러예금에 투자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전자산’ 선호에 이달 달러예금 잔액↑…“환차익 노린 투자 위험해”
서울 중궤 위치한 한 환전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다시금 달러예금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격화되며, 국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국제정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달러로 대표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커졌다. 달러 강세를 노린 환차익 수요가 달러예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5대 은행의 23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582억달러)은 지난달 말(544억원)과 비교해 38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말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700억달러가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달 달러예금 잔액이 72억달러 줄어든 것과 비교해 확연히 반대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연합]

실제 원·달러 환율도 ‘고점’ 예상을 뒤엎고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0.3원 오른 136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동시에 국내 증시 부진이 나타나면서다. 한때 5%대에 올라섰다 다시금 장중 4.8%대로 내려왔던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다시 5%에 근접하고 있다. 같은날 코스피는 2.71%, 코스닥지수는 3.5% 내렸다. 이에 환차익을 노린 달러예금 수요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 투자의 위험성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부센터장은 “엔·달러 환율의 경우 1달러당 150엔이 최고점이었고, 현재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통상적일 수 있으나, 한국의 경우 14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는 있다”면서도 “환차익을 노린 외화 투자라면 9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엔화가 더 안정성이 큰 상황이며, 달러의 경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투자는 다소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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