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벤틀리, 800만원 디올백… 전청조가 남현희에 준 선물, 어떻게?
법조계 “남현희가 몰랐다면 몰수 어려워”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이 펜싱 전 국가 대표 남현희(42)씨와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27)씨를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서울경찰청에 접수한 가운데, 혐의가 인정될 경우 남씨가 과거 전씨로부터 받았던 고가의 선물들이 환수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몰수는 어려울 거라고 봤다.
김 의원은 27일 오후 2시쯤 전·남씨 등 총 6명을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남씨까지 수사 의뢰 대상에 넣은 이유에 대해 “남씨가 전청조씨에게 받은 고가의 가방과 차량은 모두 범죄 수익금으로 보이며, 남씨가 제보자들과 연락을 나눈 기록을 보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남현희는 금전적 손해를 본 피해자가 아닌 공범”이라고 전했다.
남씨는 전씨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인스타그램 등에 줄곧 드러내왔다. 지난 8월 7일, 남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벤틀리 벤타이가 차량의 내부 사진, 자동차 열쇠와 함께 “고마워 조조”(Thank you jojo)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벤틀리 벤타이가 가격은 약 3억원대, 조조는 전청조 이름의 끝 글자를 딴 애칭이다.
지난 2월 14일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역시 “쪼~ 오늘도 펜싱”이라는 전씨 흔적이 있었다. 사진에 등장한 풀빌라는 1박 가격이 1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사기 행각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파라다이스 그룹 혼외자’라고 했던 거짓말을 믿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파라다이스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 데려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외에도 남씨는 전씨와 교제하던 것으로 알려진 기간동안 70만원대 뱅앤드올룹슨 헤드폰, 800만원대 디올 핸드백 등 고가의 선물 사진을 올렸다. 남씨는 이 같은 사진들을 올리며 “고마워요” “감사해요” 등의 문구를 덧붙였다.
다만 현재는 이 모든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남씨가 ‘전청조 흔적 지우기’에 돌입하면서다. 27일 오전쯤 전씨 관련 게시물이 다 삭제됐다가, 28일 현재는 아예 남씨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볼 수 없다. 남씨 계정에 들어가면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온다.
남씨가 받았던 고가의 선물들은 전씨가 사기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뜯어낸 돈으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씨는 재벌3세도, 사업가도 아니었으며, 유명 유튜버 구제역이 전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발언을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씨는 카드값 61만6000원을 갚지 못해 2019년 이후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남씨는 사기 행각을 통해 받은 선물을 전부 토해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전씨 추가 사기 혐의가 인정될 경우 남씨가 받은 선물들을 환수하는 게 가능할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범죄수익 등의 몰수)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은 몰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몰수대상재산이 타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경우는 몰수가 어렵다. 다만 그 타인이 범인의 범죄 정황을 알면서도 재산을 취득했을 때는 몰수가 가능하다. 즉, ‘수사기관에서 남씨와 전씨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 된다.
다만 전문가는 설령 김 의원의 주장대로 남씨의 공범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몰수’는 어려울 거라고 봤다. 타인에게 사기 쳐서 얻은 수익의 경우, 범죄수익은 맞지만 이는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지, ‘국가가 몰수할 수 있는 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법무법인 명진)는 조선닷컴에 “범죄수익몰수의 기본 개념은 이 사람 범죄로 이익을 얻었으면 박탈을 해야 안 저지를 거라는 것”이라며 “예컨대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얻는 수익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사기로 얻은 수익은 이론적으로 범죄수익은 맞지만, 국가가 몰수할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문제는 전씨가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능력이 없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0년 12월 다수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씨에 대해, 재판부는 “전청조는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3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편취했으면서 대부분 피해자의 피해를 변제하지 못했다”며 징역 2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전씨가 이번에도 피해 금액을 돌려주지 못하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아마 이번에도 변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양형기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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