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 3000원 이하라던 우윳값 '선 넘었네'...가격 제각각 이유

유엄식 기자, 김민우 기자 2023. 10.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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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은 원윳값 인상과 물류비와 인건비 등 비용 인상분을 고려한 끝에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격 인상률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흰우유를 판매하는 대형 3사가 동시에 설정한 가이드라인은 '대형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900㎖~1ℓ 흰우유' 가격은 3000원을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선 900㎖~1ℓ 흰우유 제품을 2950~2980원 선으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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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선 3200원 육박...프리미엄 유기농 우유는 700ml 5500원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유제품 가판대 앞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1ℓ(리터) 우유를 구매한 A씨는 가격표를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 이달부터 유가공 업체 출고가 인상을 반영한 가격이 2980원이라고 들었는데, 매대에 붙은 가격표는 3150원으로 적혀서다. 다른 브랜드 우유 900㎖ 2팩 묶음 상품 가격은 6100원으로 개당 3050원꼴이었다. 업체가 발표한 가격과 실제 소비자 가격이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마트 흰우유만 3000원 미만...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 흰우유는 더 비싸
29일 유가공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우유를 필두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 유가공 업체들이 900㎖~1ℓ 가격을 3~4% 인상했다.

업체들은 원윳값 인상과 물류비와 인건비 등 비용 인상분을 고려한 끝에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격 인상률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흰우유를 판매하는 대형 3사가 동시에 설정한 가이드라인은 '대형할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900㎖~1ℓ 흰우유' 가격은 3000원을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선 900㎖~1ℓ 흰우유 제품을 2950~2980원 선으로 판매 중이다. 하지만 대형 소매점으로 분류되는 SSM을 비롯해 일반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선 같은 제품 가격을 3100~3300원에 책정했다.

이는 유통 구조상 매장별로 납품받은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마트 납품가보다 편의점과 SSM에 공급 단가는 조금 높다"며 "당초 발표 기준도 대형마트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흰우유지만 용량별 가격 인상률도 제각각이다. 유업체들은 900㎖~1ℓ 제품은 가격을 이전보다 약 3% 올렸지만, 이외 용량은 더 높은 가격 인상률을 책정했다. 일례로 서울우유는 편의점에 공급하는 흰우유 200㎖는 1200원, 1.8ℓ는 6200원으로 이전보다 각각 4.9%, 11.7% 올렸다. 다른 회사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원윳값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했다.

프리미엄 제품인 '유기농 우유'는 가격이 훨씬 비싼 편이다. 700㎖가 5500원~5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원유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에 3년 동안 농약 없이 자연 퇴비로만 기른 유기농 풀을 먹어야 하고, 젖소 1마리당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사와 방목장을 확보한 목장만 인증받을 수 있어 생산단가가 높다"며 "일반 제품과 가격 차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PB 상품, 멸균 우유...저렴한 대체제 찾는 소비자들
우윳값이 고공 행진하자 PB(유통업체 브랜드) 제품, 멸균 우유 등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흰우유 PB 상품은 900㎖ 기준 가격이 2500원대로 일반 제품보다 20% 가량 저렴하다. 같은 제조사가 만든 제품임에도 유통 구조, 생산량, 마진율 등을 고려해 다른 가격에 팔리는 셈이다.

초고온에서 미생물을 죽여 무균 포장한 멸균 우유 가격은 더 저렴하다. 국내 브랜드는 1ℓ당 약 2100원, 폴란드와 호주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1ℓ당 1300~2000원 선이다. 일반 우유에 비해 맛이 밋밋하고 유익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온에서 6개월~10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고 품질도 점차 개선돼 소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우윳값 인상 이후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GS25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흰우유 판매액은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했는데, PB 우유 판매액은 86.9% 급등해 일반 브랜드(NB) 제품보다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CU에선 PB 흰우유 판매액이 전년동기 대비 99.7%, 세븐일레븐에선 90% 각각 증가했다.

멸균 우유 수입량도 대폭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우유 수입액은 2020년 491만달러에서 지난해 2330만달러로 약 5배 증가했다.

업계에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EU산 우유가 2026년부터 무관세가 되면 국내 유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수입 관세율이 6.8~7.2%인 점을 고려해도 국산 브랜드의 반값 수준인데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가 국산 우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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