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김양' 좌완 트리오에 가려졌을 뿐…‘장꾸준’의 132승⋅2000이닝 저평가 당할 수 없다

조형래 2023. 10. 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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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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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화려한 전성기, 강렬한 임팩트라고 볼 수 있는 시즌은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 역사에서 이 정도로 꾸준하게 활약한 선수는 손는다. 20년 커리어를 마무리 하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장원준(38)의 132승 2000이닝이라는 대업은 저평가 당할 수 없는 족적이었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20년 간 정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장원준은 최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표명했다. 부산고 출신 장원준은 2004년 신인 1차 지명으로 고향팀 롯데에 입단한 장원준은 2014시즌이 끝나고 4년 84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해 30경기에서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3위를 이끌었다. 특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왕조의 시작이었던 이 해, 장원준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총 52분의 우천 지연을 딛고 빗속에서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127구 혼신의 피칭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빗속의 127구 역투는 시리즈 향방을 기울게 했고 14년 만의 ‘V4’에 1등 공신으로 자리 매김했다. 이듬 해인 2016년에도 27경기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통합우승에 앞장섰다.

두산에서 9년간 188경기에서 47승42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4.49로 활약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등판 132승119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4.28. 올해는 KBO리그 역대 11번째이자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37세9개월22일)을 달성했으며, 역대 9번째 2000이닝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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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KBO리그와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 가운데 ‘류김양(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으로 대표되는 좌완 트로이카들을 꼽을 수 있다. KBO리그는 물론 한국 야구 역사에서 이들이 남긴 족적은 후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와 함께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을 차지하며 괴물처럼 데뷔했고 이후에도 리그를 주름잡는 투수로 한화와 국제대회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2006년부터 7시즌 동안 통산 190경기 1269이닝 27완투(8완봉)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1238탈삼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했다.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했다. 어깨 수술과 팔꿈치 토미존 수술 등의 역경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베테랑이 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186경기(185선발) 1055⅓이닝 78승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스타전 선발 투수(2019년), 사이영상 포디움 2회(2019년 2위, 2020년 3위). 평균자책점 1위(2019년) 등의 업적은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상 경력이었다. 올해 팔꿈치 수술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해서 또 한 번 메이저리그 계약을 노리는 베테랑 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에 혜성처럼 등장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자리 매김했다. 특유의 패기 넘치는 역동적인 투구폼은 김광현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각인 시키는 원동력이었다. 2020~2021년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줬지만 2022년 한국 무대로 돌아와서 SSG 랜더스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통산 356경기 158승8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0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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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김광현과 동갑내기 라이벌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한국 야구를 이끌었다. 류현진 김광현보다 빛을 본 시기가 늦었지만 늦게 빛을 본 만큼 큰 부상 없이 KIA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올해 양현종은 리그의 대기록들을 섭렵한 한 해였다. 역대 최연소 통산 160승 및 다승 단독 2위(168승), 역대 2번째 1900탈삼진, 역대 3번째 9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통산 최다 선발 등판, 역대 3번째 2300이닝, 역대 최다 선발승, 역대 최초 9년 연속 170이닝이라는 대기록들을 함께했다. 

장원준도 이들 못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고 기록들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KBO리그 역사에서 장원준의 이름은 덜 거론되는 편이다. 하지만 장원준은 묵묵하게 또 꾸준하게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장원준이 한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는 초특급 에이스는 아니었을지라도 한 시즌 동안 팀을 지탱하고 안정적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에이스급 투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별한 타이틀은 없지만 타이틀 못지 않은 꾸준함과 안정감이라는 훈장을 안고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장원준의 통산 132승은 역대 다승 순위 10위다. 현역 선수 기준, 그리고 좌완 투수 기준 다승 순위는 양현종 김광현에 이어 역대 3위다. 2000이닝 역시 송진우 정민철 양현종 이강철 김원형 배영수 한용덕 김광현 등 역대 9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장원준에 앞서 언급된 투수들 모두 한국 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 투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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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를 당하기에는 대단한 업적들을 쌓아왔다. ‘류김양’의 역대급 커리어에 가려져 있을 뿐, 장원준은 KBO리그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쌓아온 투수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2004년 데뷔와 동시에 선발투수 기회를 부여 받으며 꾸준하게 28~30경기 정도의 선발 등판과 규정이닝을 소화하는 건실한 이닝이터의 역할을 했다. 2012~2013년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한 기간을 제외하면 특별한 부상 없이 1군 선발 마운드를 꾸준하게 지켰다. 이러한 꾸준함의 결실은 4년 84억 원이라는 FA 대박으로 이어졌고 역사상 최고의 FA 선발 투수 이적 사례로 남을 수 있게 됐다. 

비록 2018년부터 부침이 시작됐지만 어쩌면 그동안 쉼 없이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기에 뒤늦게 부상 치레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장원준은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 132승과 2000이닝이라는 대업을 완성하고 정든 마운드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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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은 구단틀 통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며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라며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이며 현역을 마무리 하는 소감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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