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2년' 韓성장, 선진 41개국 중 25위…인플레엔 '선방'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송정은 기자 = 최근 우리나라 성장동력이 전세계 선진경제권 기준으로 중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안정 지표에서는 상위권을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들어간 지난해부터 올해(IMF 전망치)까지 2년치 성장-물가 성적표를 비교한 결과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성장세가 낮은 대신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식으로 '거시지표 트레이드오프'가 이뤄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른 주요국들에서도 낮은 성장세와 낮은 인플레이션이 동반하는 흐름이다.
한국, 2년간 4% 안팎 성장…美 이어 25위
29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6%에 이어 올해 1.4%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정부 전망치와 동일한 수치다.
2년 합산으로는 4.1% 성장세로, IMF가 분류하는 41개 선진경제권 가운데 미국(4.15%)에 이어 25위였다. 41개국 평균 5.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마카오가 47.6%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아일랜드(11.4%), 안도라(10.9%), 몰타(10.7%), 아이슬란드(10.6%), 이스라엘(9.6%), 포르투갈(9.0%), 크로아티아(8.9%), 그리스(8.4%), 스페인(8.2%) 순이었다.
경제 규모가 작은 소국들의 급성장 변수를 제외하고 '경제 대국'들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성장세는 저조한 편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를 웃도는 11개국 중에서는 8위에 머물렀다. 스페인이 8.2%로 가장 높았고 호주 5.5%, 네덜란드 4.9%, 캐나다 4.7%, 영국 4.6%, 이탈리아 4.4%, 미국 4.15%, 한국 4.1%, 프랑스 3.5%, 일본 3.0%, 독일 1.3% 순이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경기회복 엔진을 가동한 지난 2년간, 한국의 성장세가 기존의 높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성장엔진인 반도체 경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부진에 빠진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평균치 부근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말(기준치 100) 대비 올해 2분기 말 실질 GDP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102.3으로 2.3% 증가했다.
OECD 38개국 가운데 16위 수준의 성장세다.
아이슬란드가 109.1로 가장 큰 폭 성장했고, 아일랜드(108.4)·코스타리카(106.9)·튀르키예(106.8)·그리스(106.1)·멕시코(106.0)·스페인(105.0)·포르투갈(104.9)·이스라엘(104.2)·호주(103.4) 등이 10위권을 형성했다.
<표> IMF 선진 41개국 성장률·인플레이션 (%, 2023년 수치는 IMF전망치)
韓, 2년간 8%대 물가상승…41개국 중 6번째 '低인플레'
인플레이션 지표에서는 선방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5.1% 오른 데 이어 올해 연간으로 3.4% 상승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2년치 합산으로는 8.5% 상승률로, 41개 선진경제권 가운데 6번째로 낮았다.
41개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13.6%이었다.
마카오가 1.9%로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였고, 홍콩(4.1%)·스위스(5.0%)·대만(5.1%)·일본(5.7%)이 1~5위권을 차지했다.
명목 GDP 1조달러 이상 11개국 기준으로는, 일본의 2년치 물가상승률이 5.7%로 가장 낮았고 이어 한국(8.5%), 캐나다(10.4%), 프랑스(11.5%), 스페인(11.8%), 미국(12.1%) 순이었다. 영국의 물가 상승폭은 16.7%로 인플레 정도가 가장 심했다.
OECD 기준으로도 물가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 2021년 12월(기준치 100) 대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9월 108.6으로 8.6% 올랐다.
9월 물가지표까지 비교할 수 있는 34개국 중에서 스위스(104.7)·일본(106.1)·이스라엘(108.3)에 이어 4번째로 낮은 증가폭이다.
34개국 평균적으로는 118.2로 18.2% 상승했다.
경제대국 중에서는 영국이 13.4% 올라 가장 물가가 불안정했고 이탈리아(112.9), 독일(112.5), 네덜란드(111.5), 캐나다(110.8), 미국(110.4) 등도 두자릿수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한국은행이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 인상을 일찍 시작한 영향도 있다"라며 "최근의 물가 상승은 에너지값 상승과 같은 공급자 측 요인이 강했는데 한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전기·가스요금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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