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톱’ 들고 아르헨 대선판 뒤흔든 정치 이단아, 밀레이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울버린 구레나룻에 가죽 재킷 차림으로 ‘극우 돌풍’ 이끌어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자유분방한 머리에 울버린 스타일 구레나룻을 한 가죽 재킷 차림의 남성이 두 팔을 올려 힘차게 흔들며 파격적인 ‘전동 톱 퍼포먼스’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남미 국가 아르헨티나 정치 풍향계를 거세게 흔들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다. 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가진 민심을 등에 업고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통령 결선투표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집권당 좌파 세르히오 마사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11월 결선투표에서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모양새다.
선거 전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마사와 밀레이가 맞붙을 경우 3위인 제1 야권 중도우파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 지지자의 표가 밀레이에게 편향되면서 오차범위 밖에서 밀레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 언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밀레이 대선후보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A(Appearance)
‘가발’이라는 별명 가진 자유주의자, 록스타 룩
밀레이 후보는 빗질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가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그는 강렬한 표정과 함께 패션 스타일에서도 무난함보다는 정해진 규칙을 무시한 자유방임 룩(look)이 눈에 띈다.
깔끔한 헤어스타일과 정갈한 용모로 신뢰감을 주는 데 주력하는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게 록스타를 연상하게 하는 블랙가죽 재킷에 헝클어진 곱슬머리와 구레나룻이 밀레이가 주장하는 ‘자유’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양복을 입는 경우에도 칼라가 넓게 옆으로 돼 있어 굵은 넥타이 매듭에 어울리는 와이드스프레드 드레스 셔츠로 존재감을 강화하고, 드레스셔츠 소매를 유난히 길고 타이트하게 스타일링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을 때도 손목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B(Behavior)
‘기생충 같은 기성 정치인 종식’ 외치며 전동 톱 퍼포먼스
두 팔을 쉴 새 없이 역동적으로 흔들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주요 공약인 ‘정부 보조금 대폭 삭감’을 강조하는 밀레이 후보는 다양한 손 제스처를 통해 핵심을 전달하는 스타일로 분석된다.
연설을 할 때는 양쪽 검지 손가락이나 팔을 연이어 움직이면서 말에 힘을 보태고 아르헨티나를 경제 위기에 빠뜨린 수십 년간의 ‘퍼주기 복지’를 전동 톱으로 단번에 잘라내 만성 재정 적자를 해소하겠다며 ‘전동 톱’을 활용한 보디랭귀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데 능하다.
밀레이 후보에 대한 막강한 지지는 10년간의 부진한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따른 반정부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에서는 달러화 도입 등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내걸어 유권자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분석하고 있다.
C(Communication)
돌직구 비난 전략 달인, 유권자들 불안 심리 자극
경제학자 시절 좌우를 막론하고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소위 ‘돌직구 비난 전략’을 구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배설물’로 표현하며, 자국 통화 대신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경제 위기에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공약이었으나 오히려 이런 공약이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 크게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아르헨티나 사회에 통용되는 비공식 환율 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했고 그 여파로 밀레이 후보의 과격한 공약의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중앙은행 폐쇄 공약을 내세우면서 “중앙은행을 폭파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 효과와 이에 따른 물가안정 기능에 대한 불신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교황에게도 ‘악마·공산주의자’ 막말
이뿐만 아니라 밀레이 후보는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악마’, ‘공산주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교황과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그는 중앙은행 폐쇄, 공식 통화를 달러로 교체, 장기매매 허용 등 대중의 사회경제적 불만을 활용해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기성 정치인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선거 유세 현장에 전동 톱을 들고 다니며 “이 나라를 침몰시키는 쓸모없는 기생충 같은 정치인 카스트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외친다. 기성 정치인들에게 ‘모두 꺼지라’고 외치며 소통 면에서도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붓고 있다.
‘아웃사이더 정치인’ 밀레이 열풍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반감에서 비롯된다. 특히 경제학자 출신으로 자유주의자를 표방하는 그는 파격적 공약들과 함께 정부 지출 대폭 삭감과 행정·경제 시스템의 단순화를 약속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강경 자유지상주의적 보수주의에 가깝다.
스펙트럼상으로는 극우로 분류되는 밀레이 후보는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정치인이면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돌풍을 일으킨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도 자주 비교된다. 실제로 밀레이 후보 본인 또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기도 하다.
괴짜 행보 보이는 ‘아르헨의 트럼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반복하면서 국가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천명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강한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자’를 격렬하게 외치는 밀레이 후보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브랜딩은 전문성·성격·가치관 등의 개인적인 특성을 전달하는 과정인 만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를 이끄는 대통령일 경우에는 그 무게가 더욱 크기에 만일 거짓으로 포장된 이미지가 들통날 경우에는 국민의 배신감과 상실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밀레이 후보가 국민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만 한 ‘요란한 수레’가 될지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할 ‘난세 영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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