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금융人]④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 “WM 1위 비결은 비재무적 요소… 자산가 맞춤형 서비스”
비재무적 서비스 위해 개인화한 접근 필요
리빙트러스트 및 아트뱅크 호응 높아
“하나은행의 자산관리(WM) 1위 비결은 고객을 일반화하지 않는다. 고액자산가일수록 그들이 원하는 것은 투자나 상품적 요소가 아니다. 이분들은 비재무적인 요소에서 가치를 찾는다. 비재무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하나은행은 고객을 개인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자산관리그룹 부문을 이끄는 김영훈 자산관리그룹장은 지난 24일 서울 을지로1가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그룹장은 “이를 위해 하나은행 PB는 고객 개개인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고객을 알아가고 그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 제공한다”며 “향후 고객이 자산관리하면 생각나는 하나은행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자산관리의 명가다. 오늘날 하나은행이 성장해온 과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나은행의 모태는 1971년 국내 최초의 단자사인 한국투자금융인 만큼 WM과의 인연이 깊다. 또 지난 2002년 서울신탁은행을 인수해 신탁부문에서 특화된 면이 있는가 하면 외환부문에서는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이에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프라이빗뱅커(PB) 지점을 개점했는가 하면 연금본부, 투자상품본부, WM본부, 신탁본부 등 부서를 자산관리그룹 내 결합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많은 WM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하나은행만의 특징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은 WM 부문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 10명 중 4명은 하나은행과 거래 중이다. 최근에는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대중부유층도 증가율도 1위를 보인다. 수익률 또한 상위권을 차지한다. 지난 2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은 시중은행 가운데 1위였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증권사와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김 그룹장은 지난 1996년 하나은행 입행 이후 27년 동안 PB로 일해왔다. 은행 경력 90%가 WM 부문에서 일해온 것이다. 김 그룹장은 입사 6개월 만에 PB를 지원하는 PA로 일하며 WM 부문에 발을 들였고 이후 PB로서 발자취를 남겨 왔다. 2016년에는 하나은행 홍콩지점에서 4년간 PB로 일하며 글로벌 WM 스탠더드를 경험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그룹장과 일문일답.
—하나은행이 자산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
“고액자산가일수록 비재무적인 요소에서 가치를 찾는다. 재무적인 서비스는 금방 벤치마킹할 수 있어 은행 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지만, 비재무적 요소는 그렇지 않다. 또 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평균실종’, ‘나노사회’라는 키워드가 생겨나고 있는데, WM에 있어 특히나 중요하다. WM의 경우 고객을 일반화하게 되면 필패한다. 고객의 개별성을 발굴해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초고액자산가는 개인을 넘어 가문 중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 WM은 재벌 2세들을 한 분씩 모셔놓고 자산관리 교육을 하거나 같은 니즈가 있는 패밀리 소수를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맞춤형 설명회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WM의 대표적인 비재무적 서비스가 있다면.
“리빙트러스트라는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자산가일수록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데 리빙트러스트는 이들의 개별 가치를 계약에 담아 실현해 내고자 한다. 가령 고액자산가 중 자신이 사망하면 자신의 재산 병원에 기부하도록 하는 ‘웰 다잉(Well-Dying)’의 욕구를 가진 고객이 있었다. 이런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최근 병원과의 제휴를 늘렸다. 사망 후 장지도 리빙트러스트를 통해 해결하길 원해 받은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서비스로는 아트뱅크가 대표적이다. 최근 젊은 부유층 사이에서는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미술품 신탁부터 매입·매각 관련 투자 자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에게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가 있다면.
“고액자산가는 교류의 장에 있어 은행이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하나은행의 경우 PB센터별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PB센터인 클럽원은 커뮤니티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들은 은행 커뮤니티를 통해 경력과 직업이 다르지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을 자산을 형성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트클럽 커뮤니티의 경우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1000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다. 미술작품에 막 관심을 가진 고객부터 하드 컬렉터까지 고객군도 다양하다. 이들은 아트클럽을 통해 컬렉터 간 미술 투자·자문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커뮤니티는 고객 수 늘리기에도 효과적이다. 고객들끼리 서로의 지인을 커뮤니티로 부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규 고객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가상화폐 중심으로 신흥 부자들도 늘고 있는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신흥 부자들은 욕구가 가장 세분화한 그룹이다. 신흥부자 중에서도 스타트업을 상장해 부자가 되거나 가상화폐 트레이딩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 재창업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에 단기적인 유동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고 창업의 기회를 보려고 한다. 또 이들은 투자를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본인의 부를 드러내기 위해 부동산이나 자동차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이 경우 상가, 빌딩, 부동산 등을 소개 및 자문하는 서비스가 인기가 있다. 특히 클럽원의 경우 신흥부자에게 초개별화한 서비스로 타 은행 대비 가장 차별화됐다. 어떤 분들은 한 분을 모셔서 20번 이상 미팅을 해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자 한다.”
—WM그룹은 스타트업 지원도 한다.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기업에도 생태계가 있는데 하나은행은 스타트업 단계부터 지원하고자 한다. 처음 펀딩을 받아 창업하고 이후 시리즈 A, B, C를 거쳐 상장해 엑시트하는 게 기업의 주기다. WM그룹은 창업단계부터 관여한다. 보통 시리즈B 이후 기업 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채용되는데, 그 이전에는 은행에서 CFO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의 효과는 좋다. 초기 창업단계에 은행의 도움을 받으면 주거래은행으로 이어간다. 이 경우 창업이 성공하면 초고액자산가가 고객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현재 고액자산가를 찾으려고 하면 거의 없지만, 초기 단계부터 잠재 고액자산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PB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고액자산가의 자산을 극대화하기만 하는 건 PB의 역할이 아니다. 외려 고객에 공감하고 고객이 더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걸 상품이나 서비스로 담아내야 한다. 이에 PB는 하드스킬보다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 하나은행은 이런 스킬을 강화하기 위해 PB 세미나에 꼭 인문학, 미술학 등 수업을 넣는다. 또 현장의 PB에게 실적 압박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룹장으로서 현장의 PB들과 소통을 지속하는데, 자유로운 사내 소통은 고객 응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김영훈 그룹장은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학사 ▲난양 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석사 ▲압구정지점 Gold PB(2008) ▲압구정지점골드클럽 Gold PB(2011) ▲영업1부PB센터 Gold PB(2014) ▲홍콩지점 Gold PB(2016) ▲PB사업지원부 셀장(2020) ▲소비자리스크관리섹션 유닛리더(2021) ▲Club1PB센터 지점장(2022) ▲자산관리그룹장 겸 WM 본부장(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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