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없앤다더니…선거방식도 못 정한 국회
논의도 못하고 특위 기한 만료
3개 권역별 비례제, 당내서도 이견
“밥줄 문제, 위성정당 또 나올 듯”
국회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도 선거제도 및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여야 이해득실이 달라져서다. 의석 수를 어떻게 바꿀지 역시 접점을 찾지 못해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 수에 맞춰 조정이 필요한 지역만 30곳이 넘지만, 현역 의원들의 ‘밥줄’이 걸린 문제라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다.
2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는 오는 31일 또는 내달 9일 본회의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현행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올해 4월 27일 본회의 당시 정개특위와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 연장안이 나란히 통과됐는데,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기한은 연금특위와 같은 5월 말로 연장하는 안이 유력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구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3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3개 권역은 북부(서울·경기·인천), 중부(대전·세종·충남·충북), 남부(부산·울산·경남)로 나눈다. 지난달 각 당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정개특위 협의 안건을 보고했었다.
쟁점은 호남(광주·전남·전북)과 대구·경북, 강원을 어느 권역에 붙이는가다. 권역 분류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엇갈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9월 인구 수 기준, 여권이 강세인 강원도(153만)를 북부에 넣으면, 인구 수도 많고 야권 세가 강한 수도권(2602만) 표에 보수 표가 묻힐 수 있다. ‘지역주의 타파’ 명목으로 인구 수가 비슷한 TK(493만)·호남(498만)을 중부에 넣기도 어렵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20석)이 국민의힘(8석)을 앞선 것을 고려하면, 여당에는 악수가 된다.
국민의힘에선 3개 권역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떤 식으로 분류해도 자당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정개특위가 각 당에 이를 보고했을 당시 지도부 내 의견도 달랐다고 한다. 정개특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이 달린 문제라 정개특위 차원에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3개 권역 자체도 아직 지도부에서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권역별 비례제’ 채택 논의보다 더 급한 건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다. 국회는 ‘위성정당’을 막겠다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도 위성정당이 재출연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 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비례대표로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당시 비례대표 30석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했었다.
이 방식은 지난 총선 때 양당제 타파·소수정당 육성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총선 직전인 2020년 2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의석 수를 더 많이 확보하겠다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꼼수’라고 비판하던 민주당 측도 한 달 만에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했다. 두 위성정당 모두 총선 한 달 뒤 모(母)정당과 합당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석 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병립형은 과거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방식이다. 반면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제 도입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을 막을 법 규정을 만들자고 했다. 합의에 실패해 위성정당이 다시 출현해도 현행법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기준 합구(合區) 및 분구(分區) 등 선거구 조정이 필요한 지역구는 30개다. 공직선거법(제25조제1항제2호)상 인구 상한(27만1042명)을 초과해 나눠야 하는 지역구는 18개, 인구 하한(13만5521명)에 미달해 합쳐야 하는 지역구는 11개다. 획정 기준 불부합 판정을 받아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1곳도 있다.
인구 상한을 가장 많이 초과한 곳은 화성을로, 인구 상한선을 8만명 이상 초과했다. 반대로 인구 하한 미달 정도가 가장 큰 곳은 여수갑으로 최소 조건에 9772명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정개특위 관계자는 “300석에서 지역구 하나를 더 만들려면 다른 곳에선 줄여야 하는데, 전쟁이 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는 22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 전까지 선거제 논의를 마무리하자는 입장이다. 김진표 의장은 최근 국민의힘 윤재옥·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 12월 12일 이전에 선거제를 확정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를 마친 직후인 오는 30일부터 논의를 시작해도 약 한 달 안에 선거제 개편안 최종안을 내야 하는 셈이라서다.
결국 국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요청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마감 시한(10월 12일)도 또다시 지키지 못했다. 법정 기한(올해 4월 10일)을 이미 6개월 이상 넘긴 상태다. 앞서 획정위가 지난달 11일 “정개특위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지역선거구 수 및 시·도별 의원정수 등 구체적 선거구획정 기준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특위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손을 놓으면서 정치 신인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표밭을 다져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피선거권자와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0대 총선 때는 선거일 47일 전, 21대 총선 때는 선거일 39일 전에야 선거구가 획정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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