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19합의' 효력 정지 검토… 한반도 정세 영향은?
"북한, 러와 군사협력 정당화 이용 가능성" 지적도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정부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를 공식화했다. 2018년 9월 합의 이후 약 5년 만이다. 작년 10월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19합의'의 효용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지 1년 만이기도 하다.
군 안팎에선 9·19합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우리 군의 대북 감시 능력이 현재보다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거래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 9·19합의 효력 정지를 "국방부에서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련 부처·기관 내에선 이미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에 따르면 우리 국방부는 9·19합의 효력 정지 필요성에 관한 입장을 미국 측에도 전달했고, 미국 측 또한 이에 공감했다고 한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함포 사격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발사, 무인기 영공 침범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되면서 "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왔다.
우리 군 당국은 완충수역을 향한 포격 등 북한군의 이 합의 '중대 위반' 사례가 최소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9·19합의'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 접경지에 배치한 해안포·함포에 포구 포신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 같은 합의사항 역시 지속적으로 위반해왔다. 우리 군 당국이 현재까지 확인한 것만 3400여회에 이른다.
또 9·19합의 때문에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 주둔 중인 우리 해병대가 현지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하지 못하는 동안 북한은 인접한 황해도 내륙에서 110여회의 포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9·19합의'에 따라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대북 감시 및 정밀타격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북한의 거듭된 도발 등 합의 위반에 따른 자위권 강화 차원에서라도 이 합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9·19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한미동맹의 첨단 정찰자산 가동을 더 활성화해 대북 감시능력을 확대할 수 있고 북한의 도발 징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9·19합의를 수차례 위반해왔단 점에 그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9·19합의가 있어 북한이 도발을 자제했던 게 아니다"며 "적대행위나 도발을 금지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9·19합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이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주권국가의 권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9·19합의 효력을 정지한다면 그 군사협력의 정당성 강화 등 북한이 상황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이 9·19합의를 위반한 '중대 도발'을 재차 감행할 경우 합의 효력 정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 당국은 절차적으로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9·19합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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