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응 강화에도···오픈채팅방에 등장한 尹대통령?

윤지영 기자 2023. 10.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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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서 유명인 사진·이름만 있으면 사칭 손쉬워
"피해자 직접 신고해야··· 카카오 수동적 처리에 불만"
카카오 "사용자 확인 어려운 사적영역···이용 한시제한"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을 사칭한 오픈채팅 프로필 캡처본. 윤지영 기자

최근 유명인들을 사칭한 SNS '가짜 계정'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을 사칭한 카카오톡 대화방까지 등장해 이를 근거로 한 ‘가짜뉴스’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색창에서 ‘윤석열’을 검색하면 윤 대통령의 사진을 도용해 만들어진 프로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이 프로필을 눌러보니 ‘안녕하십니까 윤석열입니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다양한 소개 문구와 함께 1대 1 오픈채팅이 가능했다. 또다른 계정 프로필에는 자신을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면서, 간호법 거부권 등 각종 이슈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모아 놓아 ‘대통령’ 행세를 했다.

이처럼 유명인을 사칭한 프로필이나 오픈채팅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픈 프로필과 오픈 채팅방을 이용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오픈 프로필과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보니 타인의 이름을 알거나 사진만 가지고 있다면 원하는 사람으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었다.

오픈채팅방의 익명성을 노린 유명인 사칭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됐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오픈채팅방에서 유명 증권사의 투자 전문가로 사칭해 돈을 받아내는 사기가 지금도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사칭한 오픈채팅 프로필 캡처본. 윤지영 기자

대형 증권사에서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불법 리딩방에서는 투자 전문가의 이름과 직장명, 사진까지 도용해 채팅방을 만든 후 ‘상담을 받고 싶으면 투자금을 예치하라’ 등의 이야기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는 사기범들은 채팅방에 주요 뉴스, 투자 기본 지식, 차트 분석 방법 등의 ‘진짜’ 정보를 전달하면서 어느 정도 신뢰감을 형성한 뒤 사기 행각을 벌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상 투자로 오인하고 금정 피해를 당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수동적인 조치가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채팅방이 폐쇄되는데, 이 기간 동안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채팅방이 사라져도 사기단이 프로필을 바꿔 또다른 오픈채팅방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반복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사칭 피해자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해 불법 리딩방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신고해야만 관련 채팅방을 폐쇄하는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면서 "사칭을 당한 금융회사나 금융회사 임직원이 해당 채팅방을 폐쇄하거나 관련 채널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해도, 카카오 측에서 오랜 기간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그 기간 동안 피해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카카오는 예방책을 마련해 놨지만 법적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사업자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판결문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명예훼손 확정판결이나 행정명령이 올 경우에만 이용자 패널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 2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임시조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결국 상습 사칭범에 대한 영구적인 이용 제한 등과 같은 패널티 적용은 어려운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은 한시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다"면서 "카카오톡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이용자 간 주고받는 메시지 및 콘텐츠는 열람하지 않으며 이용자 신고를 바탕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화방의 경우 사업자가 임의로 확인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픈채팅의 경우 외부로 전체 공개되는 채팅방 커버 등에 대해 금칙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으며, 금칙어 범위를 이용자 사용 패턴에 따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포털 및 커뮤니티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오픈채팅방 등에서 불법이 명백한 명의도용 등에 대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을 했다”면서 “특히 카카오측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게시물 등과 관련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메타와 카카오 등 관련 주요 사업자에 대해 타인 사칭 계정에 대한 통제 장치 운영 강화 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를 긴급 요청했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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