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실상은 ‘전화 상담’… 추천 상품도 제각각

이학준 기자 2023. 10.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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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교·분석 플랫폼 5곳 이용
구체적 정보 없이 설계사 전화 상담 연결
설계사 분석도 정반대…추천 상품 천차만별
한 보험 비교 사이트 화면. 기사와 직접적 관계 없음./인터넷 캡처
“KB손해보험에 오텐텐이란 상품이 있습니다. 성인보험인데, 10년 동안 건강하다면 보험료를 25%까지 할인해 주는 상품이거든요. 이게 지금 제일 저렴해요. 어린이 보험은 납입면제 조건이 좋지만, 결국엔 보험료가 싸야 좋은 거잖아요.”

보험 설계사 A씨
“어린이 보험 가입이 가능한 나이십니다. 암·뇌·심장 진단비와 수술비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공백을 메꿔줄 수 있습니다. 현재 DB손해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이 이달에 보험료 5%를 인하했어요. 20년 동안 5%가 할인되는 거니까 이게 저렴합니다.”

보험 설계사 B씨

30대 남성 기자가 보험 비교·분석·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다. 각종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보험을 추천해 줄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결국엔 설계사 전화 상담으로 연결돼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관을 가진 설계사가 보험을 분석하고 추천하다 보니 결과가 제각각인 것은 당연했다.

◇ ‘비교·분석’ 버튼 클릭하자 5분 뒤 설계사 전화

기자는 지난 25일 “내 보험 현황 보고서 받아보세요”라고 홍보하는 한 보험 비교·분석 사이트에 접속해 ‘보험료 현황 보고서’를 클릭했다. 그 결과 기자가 가입한 보험 점수는 30점으로 나왔다. 실손은 보장이 넘쳐 정리가 필요하지만, 암·뇌·심장·수술·입원은 모두 50% 미만으로 보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정보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가입한 보험 내역부터 보장 분석까지 한눈에 확인하라”고 했지만, 가입한 보험 내역을 클릭하면 월 보험료가 0원으로 나오는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다른 정보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하던 중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보험 설계사였다. 이 설계사는 “보험 비교 요청이 와서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클릭한 버튼의 이름은 ‘보험 분석’이지만 실상은 ‘전화 상담 신청’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비슷한 유형의 또 다른 홈페이지는 상품 3개를 기자에게 추천했다. 그런데 어떤 회사의 어떤 상품인지 이름조차 명시돼 있지 않았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월 납입 보험료와 담보 종류뿐이다. 도대체 무엇을 비교하라는 것인지 황당해하던 차에 또 전화가 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보험 설계사였다.

홈페이지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앱)은 다를지 싶어 마이데이터에 기반해 AI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곳에 건강정보를 연결한 뒤 보험 분석을 요청했다. 점수는 57.3점으로 “필요한 보장에 비해 가지고 있는 보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화면에 ‘맞춤 설계안’이 있어 눌러보니 곧바로 설계사와의 채팅으로 넘어갔다. 채팅창에는 자동으로 “정확하게 준비해 최대한 빠르게 안심번호로 연락드리겠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래픽=정서희

◇ “해지하세요” vs “유지하세요”…보험 추천도 천차만별

그렇다면 설계사들은 제대로 된 분석과 적합한 보험을 추천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설계사들에게 10년 전 가입한 삼성생명 ‘퍼펙트통합보험’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보장을 강화할 만한 암보험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보험은 CI종신보험으로 암 보장과 실손 특약이 탑재돼 있는데, 해지할 경우 지급한 보험료의 절반도 받지 못한다.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한 설계사는 기존 보험 유지라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보험 해지를 권고했다. 과거 10년 동안 유지했지만, 23년을 더 납입해야 하는 데다 갱신형이라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치솟아 불리하다는 설명이었다. 보장 범위도 작고, 실손 특약이 있더라도 4세대로 전환하면 보험료가 1만원대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계사는 기존 보험을 유지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보험에 포함된 실손 특약이 2세대라 현재 4세대보다 조건이 좋다는 것이다. 다른 설계사는 실손 특약만 남겨둔 채 나머지 보장은 최대한 줄이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입한 보험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 보니 추천 상품도 다양했다. 기존 보험을 유지하라고 한 A씨는 현대해상 보험을 추천하면서 “보험사마다 프로모션 유도가 많다”며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이 프로모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나는 프로모션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흥국생명 보험이 적합하다고 했지만, 이곳에 소속된 설계사는 전화로 가장 저렴하다는 KB손해보험의 상품을 추천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기자가 만 35세 미만인 점을 고려해 DB·NH농협손해보험의 ‘어린이 보험’을 추천했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마다 추천하는 보험 상품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똑같은 요구사항과 조건에도 플랫폼과 설계사마다 분석·추천 결과가 정 반대라면, 고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누군지도 모르는 설계사의 말만 믿고 보험에 가입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고객이 져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담보·특약 등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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