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몸도 마음도 두둥실 떠오른다...스치듯 지나가는 가을 만나러

서지민 2023. 10.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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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무더위가 절정일 때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 이 가을을 특별한 추억 없이 보낸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을 잡으러 떠나보자. 하늘 아래 수려하게 펼쳐진 산세는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다. 가을 풍경을 한눈에 담아보려고 하늘 높이 나는 열기구에도 타보고, 가까이서 단풍을 볼 수 있는 굽이굽이 산길도 거닐어봤다.

충남 부여에서 열기구 승객들이 발아래 펼쳐진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울긋불긋 단풍 든 산봉우리와 황금빛 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여=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충남 부여 구드래나루터 근처에 가면 파란 하늘을 수놓은 형형색색 열기구가 장관을 이룬다. 큰 풍선에 바구니를 달고 유유히 하늘을 나는 열기구는 최대 450m까지 올라간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단풍 든 산봉우리 풍광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 매달 열기구를 타러 찾는 이가 수백을 헤아린다. 특히 부여는 말발굽 모양으로 흐르는 금강 주변으로 넓은 평야가 조성돼 있어 최적의 비행 장소로 손꼽힌다. 이착륙하기에 충분한 평지가 보장돼 안전하고,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오전 6시40분까지 모이세요!”

동트기 전 어슴푸레한 새벽녘. 열기구는 늘 일출 무렵 비행한다. 해가 뜨고 2∼3시간이 지나면 땅이 데워지는데 이때 더운 공기가 위로 솟구쳐 기류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강서구 벌룬어드벤처코리아 대표는 “시간대를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상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좌우 방향 전환은 오로지 공기의 흐름에 맡겨야 해 풍향·풍속 등을 파악하는 게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륙 장소인 칠지공원에 도착하니 거대한 풍선이 바닥에 깔려 있다. 풍선에 바람을 채워넣는 게 먼저다. 송풍기로 15분 정도 바람을 넣으니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열기구는 20m 높이로 대략 건물 7층에 버금간다. 탑승을 기다리고 있던 어린아이들은 “대왕 풍선이다! 동화처럼 이거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거야?” 하며 놀란 토끼 눈을 한다.

열기구는 최고 450m까지 올라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모든 승객이 바구니에 탑승하자 강 대표가 “출발합니다”라고 외친다. 이 신호와 동시에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힘들다. 5분 만에 바구니가 흔들흔들 움직이더니 두둥실 떠오른다.

거대한 기구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솟아오르니 순간 겁이 나 바구니를 꽉 부여잡는다. 1분 만에 가로수 꼭대기 높이까지 올라간다. 강변에 화사하게 군락을 이뤄 피어 있는 진분홍색 코스모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희뿌연 안개 속을 지나 드디어 창공에 도달했다. 한 승객이 “안개 위로 삐죽이 올라온 산봉우리가 꼭 섬 같네. 유유자적 그림 같다”며 감탄한다. 아니나 다를까 발 아래 부소산·칠갑산이 보인다.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담채화 같다.

공기를 가득 채워넣은 열기구의 높이는 20m에 이른다.

이맘때 열기구를 타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치가 달라지는 게 매력이다. 가을엔 유독 안개가 잘 끼는데 베일 벗기듯 점차 걷히는 안개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갈라진 안개 사이로 찬란한 황금빛 물결이 보여 가만히 응시해보니 드넓은 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강 대표는 “마냥 맑기만 한 날에는 오히려 풍광이 멋이 없고 단조롭다”며 “마침 알맞게 안개가 껴 사람이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운 기가 막힌 운치를 선사한다”라고 감탄했다.

한시간 남짓 비행이 끝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갈 차례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착륙지는 가을 풍경의 정수, 억새밭이기 때문이다. 땅에 가까워지자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밭이 눈에 들어온다. 밭 한가운데로 열기구가 내려앉는다. 바구니 밖으로 손을 뻗어 하늘하늘 흔들리는 억새 수염을 만져본다. 억새풀은 성인 키보다 커 밭 한가운데까지 들어갈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데, 열기구를 탔을 때만큼은 가능하다.

‘사르륵’ 바구니가 억새풀을 스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땅에 부딪히는 느낌도 전혀 없이 어느샌가 열기구가 착륙했다. 함께 탄 이윤정씨(34·충남 당진)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왔는데 오히려 내가 힐링하는 시간이었다”며 “까마득히 멀리 깨알같이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마음이 탁 트여 좋았다”고 미소를 보였다.



열기구는...?

풍선 속 공기를 불로 데워 비행하는 장치다. 기본 구성은 풍선·버너·바구니로 간단하다. 풍선은 약 700만ℓ의 물이 들어갈 정도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상·하부 재질이 다르다는 점이 특이하다. 불기둥과 가까운 아래쪽은 소방관이 입는 옷과 같은 방염 소재, 위쪽은 나일론을 쓴다. 거대한 불기둥을 내뿜는 버너의 연료는 액화석유가스(LPG)다. 풍선 속 공기 온도가 90∼100℃까지 올라가면 상승하기 시작한다. 높이 조절은 불을 껐다 켰다 반복하면 된다. 바구니는 조종사 한명을 비롯해 승객 6∼12명이 탈 수 있는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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