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아랍계에 ‘비상’ 걸린 백악관 “아랍 관계 회복 노력”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2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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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 지지율도 급락
“내년 대선 앞두고 충성 지지자였던 아랍계 지지 잃을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지율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집중한 반면,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민주당 내 불만이 커진 탓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특히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줬던 미국 내 무슬림계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편만 들고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자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폭 지원에 좌절하고 분노한 미국 내 무슬림과 아랍계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은 원래 민주당의 가장 충실한 지지자들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바이든이 지난 25일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하는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숫자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한 게 특히 이들을 화나게 했다며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거짓말쟁이로 보거나 가자지구 주민들을 구하려고 애쓰는 보건부를 하마스와 동급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WP는 “(상황 악화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6일 백악관이 선별한 무슬림 사회 지도자 5명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다”며 “백악관은 이 만남을 사전에 공지하거나 설명자료를 내지 않고 조용히 진행했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지난 11일 열린 유대인 지도자들과 간담회에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생중계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무슬림 지도자들은 대통령에게 휴전을 촉구하라고 요청했으며 일부는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나 국내에서 차별당하는 무슬림의 고통에 충분히 동정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런 불만은 민주당 내 지지율 하락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 갤럽이 지난 2~23일 진행해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바이든 지지율은 75%로 9월 조사 결과(86%)보다 11%p 떨어졌다. 이는 전임자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기록했던 공화당 내 최저 지지율보다 4%p 낮은 수치다. 전체 유권자 대상으로 조사한 지지율은 37%로 지난달(41%)보다 5%p 낮아졌다. 갤럽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단호한 지지 표명이 지지층 일부가 등을 돌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 시사매체 뉴스위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바이든이 이번 사태 직후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하자 바이든에게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지지율은 이달 5%로 변화가 없었다.

이에 백악관 고위당국자들은 지난 23일 여러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무슬림 및 아랍계 정무직 공직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직자들은 직장에서 의심받는다고 느끼며 정부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공범이 된 것 같고, 친구와 친척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아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WP는 전했다. 로빈 패터슨 백악관 대변인은 “무슬림과 아랍계 및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회를 직접 접촉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경합주인 미시간주의 무슬림과 아랍계 유권자가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2020년 대선 당시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 무슬림의 약 69%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WP의 칼럼니스트 페리 베이컨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칼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을 충분히 우선시하지 않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익을 훨씬 앞세우고 있는 것이 걱정된다”며 “(하마스 기습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폭격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죽이기 위한 ‘표적 공격’이라기보다는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보복으로 보이는데도 미국은 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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