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공간 예술' 선구자 로버트 어윈 별세…향년 95세

고일환 2023. 10. 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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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공간을 매개로 하는 현대 미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로버트 어윈이 별세했다.

1928년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어윈은 60년 넘게 인간의 지각 능력에 도전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어윈은 아크릴로 제작한 반투명 원을 벽 위에 돌출시켜 고정한 뒤 직·간접 조명에 따른 그림자 효과로 아크릴의 경계를 없앴다.

이후 그는 회화를 포기하고 빛과 공간에 천착한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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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어윈 '무제' (1968년) 포스워스 현대미술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빛과 공간을 매개로 하는 현대 미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로버트 어윈이 별세했다. 향년 95세.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어윈이 지난 25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심장 이상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1928년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어윈은 60년 넘게 인간의 지각 능력에 도전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1950년대 당시 미술계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 작품으로 미술계에 뛰어든 그는 이후 캔버스의 빈 공간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에 경도됐다.

미술계에서 그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든 것은 1960년대에 연작으로 발표한 3차원 설치 작품이다.

어윈은 아크릴로 제작한 반투명 원을 벽 위에 돌출시켜 고정한 뒤 직·간접 조명에 따른 그림자 효과로 아크릴의 경계를 없앴다.

관객의 눈에는 반투명 원 중앙의 검은 부분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암흑 공간으로 느껴지게 된다.

이후 그는 회화를 포기하고 빛과 공간에 천착한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아크릴뿐 아니라 유리와 금속, 뉴욕의 디아비컨과 로스앤젤레스(LA) 게티 센터 정원 등 특정 건물의 주변 공간을 거대한 캔버스처럼 다룬 조경 작품 등 소재도 가리지 않았다.

어윈은 생전 인터뷰에서 "예술이 다루는 것의 본질은 인간의 지각"이라며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예술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게임의 규칙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로버트 어윈 '블랙'(2008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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