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英·우즈벡·캄보디아 육군, 전투기량 대결…승자는?
인제 KCTC서 23~27일 열려…“과학화 전투훈련 체계 우수성 알려”
韓 아미 타이거 중대, 美스트라이커여단 소대와 ‘연합 시가지 전투’
우리 육군이 주관한 제1회 ‘국제 과학화 전투 경연대회’(K-ICTC)가 지난 23~27일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개최됐다.
28일 육군에 따르면 이번 경연대회엔 우리 육군의 전문대항군연대와 제15·21보병사단, 해병대 제1사단, 그리고 미국·영국·우즈베키스탄·캄보디아 등의 군 장병 300여명 8개팀이 참가해 전투기량을 겨뤘다.
육군은 "우방국과 군사교류·우호를 증진시키고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육군의 과학화 전투훈련 체계와 미래 육군 첨단전력을 대표하는 ‘아미 타이거’(Army TIGER)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실전 같은 쌍방 교전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리그전 형식의 ‘과학화 전투 경연대회’와 △한미연합 전력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한미 연합전투’, 그리고 △육군 아미 타이거를 견학·체험하는 ‘장비·물자 전시’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도시·산악지역 전투로 구분해 실시된 ‘과학화 전투 경연’에서 참가국 장병들은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정해진 시간 내 목표를 확보하거나 상대팀을 격멸하는 쌍방 교전을 벌였다.
평가는 목표달성 여부와 생존율, 교전수칙 준수, 전술적 상황에 부합한 전투행동을 했는지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각 팀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육군은 "대회 취지와 목적상 각 팀 순위를 결정하지 않는 대신 우수한 전과를 달성한 장병을 ‘전투영웅’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5사단 김기현 중사는 "그동안 연마했던 전투기술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소대·분대원들과 함께 전술을 구상하고 토의하며 팀워크와 전우애를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군 소대장 곤잘레스 데빈 중위는 "한국 과학화 전투훈련 체계의 우수성에 놀랐다"며 "실전 같은 긴장감 속에서 전투하며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한미 연합전투’에선 아미 타이거 중대와 미 육군 스트라이커여단 소대로 구성된 ‘한미연합 태스크포스(TF)’가 전문대항군 중대와 시가지 전투를 펼쳤다.
120명의 한미 연합군이 60명의 대항군이 장악한 시가지를 탈환하는 시나리오다. 연합군은 무인정찰기를 활용해 대항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재빨리 공격 채비에 나섰다. 연합군과 대항군 모두 모의 과학화 훈련 장비인 마일즈(MILES)를 착용해 실제 총탄은 오가지 않았지만 실전과 다름없이 긴박하게 진행됐다. 총성만큼은 또렷이 귓전을 때렸고 드론을 비롯한 각종 첨단 무기도 동원돼 치열한 전장을 방불케 했다.
미군 측 정찰용 무인기 RQ-11B ‘레이븐’이 훈련장 상공을 끊임없이 맴돌며 시야를 확보하고 대항군의 신경을 긁었다. 손가락 정도 크기의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을 운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옥상에 있던 대항군은 서둘러 몸을 숨겼고, 일부는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연이은 박격포 모사탄의 굉음과 연기를 헤치고 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시가지 모형 훈련장 한구석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연막탄을 앞세운 연합군이 대항군이 장악한 건물을 점령하고자 내달리기 시작했다. 건물 곳곳에 매복한 대항군은 물론 옆 건물에서도 연합군을 겨냥한 총탄이 쏟아졌다.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총탄 소리에 멀리서 지켜보는 기자도 훈련장 한복판에 있는 양 신경이 곤두섰다.
선발대로 나선 미군은 적잖은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고, 결국 훈련 시작 약 20분이 지나 외곽 건물 한 곳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군도 K-808 차륜형 장갑차 두 대와 추가 병력을 전장에 투입해 힘을 보태면서 연합군은 주변 건물들을 차례로 접수해 나갔다.
대항군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정찰용 드론과 다목적 무인차량 등 첨단 무기로 무장한 연합군의 진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연합군은 훈련 시작 1시간 9분 만에 성공적으로 시가지를 탈환했고 한 건물 옥상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게양했다. 이어진 기념 촬영에서 연합군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쳤다.
한미연합 TF는 다목적 무인차량과 유탄발사 드론 등 각종 최첨단 전력을 활용해 우수한 전력을 과시했다. 우리 육군의 각종 첨단 유무인 전력과 워리어플랫폼 등 아미 타이거 무기체계, 마일즈 장비 등 78종을 선보인 장비·물자 전시장에선 각국 장병들이 이를 직접 착용하고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한 미 육군 제8군 사령관과 주한 미 제2보병사단·한미연합사단장, 미군 태평양육군사 전략부사령관 등 미군 관계자를 비롯해 인도와 몽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각국 주한대사·무관단, 각국 전투훈련단장 등도 이번 대회를 참관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또한 현장을 방문해 각국 장병을 격려하고, 미 태평양육군사 전략부사령관과 함께 도시·산악지역 전투 현장통제실을 방문해 장병들의 교전 모습을 참관했다.
육군은 이번 대회에서 도출된 훈련 데이터와 교전·평가 방식들을 분석·보완하고, 참가국 장병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년 2차 대회에 적용할 계획이다. 육군은 앞으로도 매년 외국군을 초청해 K-ICTC를 열 계획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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