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전화·인터넷 끊긴 가자지구…머스크에 ‘SOS’

오남석 기자 2023. 10. 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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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스라엘 군 폭격에 가자지구 인터넷·전화 완전 마비
공습 희생자 집계도 불가능…의료·구호 붕괴로 사상자 급증 우려
네티즌들, 머스크에 “우크라이나처럼 ‘스타링크’ 인터넷 접속 지원해달라”
27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군의 공습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화염이 일고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통신이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전면 두절되면서 의료·구호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운용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통신 두절로 완전히 고립된 가자지구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군의 폭격을 받아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됐다. 가디언은 "통신 두절은 지난 3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봉쇄로 이미 붕괴 직전에 있던 의료·구호 시스템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며 "전기·연료 고갈로 어둠에 갇혀 있던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립이 심화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료·구호 시스템 마비로 인한 혼란은 현실화했다. 밤사이 이스라엘 군의 강력한 공습과 포격으로 수많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지만, 인터넷과 전화 등이 모두 끊기는 바람에 구급차가 어디로 출동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가자지구의 한 구급차 운전기사는 영국 BBC 방송에 "통신이 두절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턱대고 폭발이 일어난 장소 쪽으로 차를 몰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구호 시스템 마비는 민간인 희생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기구들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경없는의사회, 국제앰네스티 등 구호·인권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모든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있는 직원, 의료시설, 의료진, 인도주의 파트너들과 연락이 두절됐다"며 "그들의 안전과 취약 환자들의 즉각적인 건강 위험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모든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을 차단해서 수술실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으며, 긴급 의료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응급의료 전화와 구급차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통신 두절로 민간인 사상자 수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 것도 큰 문제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 수와 지상 작전의 자세한 내용을 즉시 파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국제앰네스티 국장은 "통신 차단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의 정보와 증거를 수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통신·인터넷 복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의 공습에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에서처럼"…머스크에 SOS 이어져

팔레스타인의 통신 두절을 우려하는 네티즌들은 머스크 CEO에게 ‘SOS’를 치고 있다. 머스크가 보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활용해 가자지구의 통신 복구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지원,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아랍지역 매체 ‘알아라비야’는 28일(현지시간) 오전 기준으로 ‘가자를 위한 스타링크’ 해시태그(#starlinkforgaza)가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374만건 이상 사용됐다고 전했다.

머스크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네티즌들이 몰려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머스크를 향해 "당신은 항상 스타링크가 선과 인류를 위해 쓰인다고 말해왔다. 이제 그것을 증명할 때"라며 가자지구 사람들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스타링크 도입에 발 벗고 나섰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샤크 사드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신부 장관은 ‘알하다스’ 방송 인터뷰에서 "통신을 복구하는 방법의 하나는 인공위성에 접속하는 것"이라며 이미 스타링크 측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아라비야는 현재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에서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스타링크 홈페이지에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서비스가 2024년부터 시작한다고 안내돼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격화하는 지역에 위성 장치를 설치하고 가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가자지구가 스타링크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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