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지” “학살 도와선 안 돼”… 반으로 쪼개지는 美 [세계는 지금]
도심 곳곳 찬성·반대 시위 확산
다수 여론 이 친화적 입장 불구
일부 팔레스타인 향한 동정론도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 결과
미국 정부의 이 전쟁 지원 향해
52% “지지”·44% “반대” 응답
우크라 지원 반대 여론 등 영향
유럽서도 친이·친팔 시위 이어져
“팔레스타인에 자유를!(Palestine free)”, “당장 휴전하라!(Ceasefire now!)”
경찰들은 연방의회 입구에 출입 금지 펜스를 두르고 시위대를 막아섰다. 시위대는 경찰과 맞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정오부터 오후 5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오는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시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반대한다”면서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를 통해 학살당했고, 러시아와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포그롬(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으로 학살당했다. 팔레스타인에 같은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 지지 집회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다수 여론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팔레스타인 동정론도 적지 않다.
워싱턴 전역에서 지난 14일 열린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동의 날’ 집회에는 약 1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동 분쟁에서 이스라엘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은 54%로 나타났고, 팔레스타인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도 41%로 나타났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에 대한 동정론이 작지 않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지난 15일 워싱턴 조지타운 거리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1년 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지지를 밝히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모이고, 시민들의 응원 손편지와 피켓 등이 대사관 현관 앞에 가득했던 것이 자취를 감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지속하고,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도 이·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반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는 평가는 2022년 4월 조사에서 14%였던 것이 지난달 조사에서는 41%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부족하다’는 평가는 같은 기간 37%에서 18%로 반 토막 났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도 이·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23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위대 1만5000여명이 모여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외쳤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1만2000여명의 시위대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 모여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독일과 영국에선 대규모 친(親)이스라엘 집회와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각각 열렸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는 22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 1만여명이 모여 하마스에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반유대주의를 비판했다. 21일에 영국 런던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약 10만명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반대하며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관저까지 행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글·사진=워싱턴 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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