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직접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요" 체육진로 꿈꾸는 방산고 아이들,소통의 서울림
"서울대에 직접 가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울 것같아요."
방산고 체육진로 동아리 (유)환빈이(16)는 '2023년 서울림운동회' 참가를 앞두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주최 스포츠조선,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문화체육관광부, 대한장애인체육회, 서울대스포츠진흥원)는 28일 오전 9시30분 '서울대종합체육관'에서 개막한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장애학생체육페스티벌' 서울림(서울+어울림) 운동회는 서울의 장애-비장애학생이 스포츠를 통해 어울리고, 숲처럼 어우러지는 운동회다. 올해 키워드는 '소통'이다. 교사-학생-학부모 삼위일체로 편견없는 학교 생활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 24개 중고교 통합스포츠클럽을 통해 총 8회 이상 손발을 맞춘 '서울리머'들이 한자리에 모여 꿈과 기량을 펼친다. 골밑슛 릴레이, 빅발리볼, 스태킹 릴레이, 단체 줄넘기 등 4개의 정식종목, 대한장애인체육회 '드림패럴림픽' 체험종목과 함께 서울대 진로탐색, 친환경 단풍키링 만들기, 서울림 네컷, 서울림 스쿼트킹 대결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방산고 체육관에선 박미숙 특수교사가 이끄는 방산고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아이들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방산고는 이번 대회 24개교(중등 12개교, 고등 12개교) 중 24번째로 참가를 신청한 학교다. 요즘 아이들은 방과후가 더 바쁘다. 특수학급 장애학생들이 참가는 확정됐지만 함께할 비장애학생들을 '매칭'하는 것이 난제였다. 박 교사가 체육교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체육입시 진로 동아리에서 활동중인 (홍)희주가 '스포츠 마니아' 친구들을 데려오면서 고민이 해결됐다. 안태원 김대현 김민혁 이세혁 임지성 이규현 유환빈 이지온 홍희주 이다은 등 장애-비장애학생이 어우러진 방산고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이 결성됐다. 방산고는 이번 대회 골밑슛 릴레이와 단체 줄넘기에 출전한다.
골밑슛 릴레이는 2분 동안 6명의 선수(장애학생 2명 이상)들이 얼마나 많은 골을 넣는가로 승부를 가린다. 단체 줄넘기도 2분간 줄을 넘은 횟수로 순위를 정한다. 줄에 걸려도 괜찮다. 2분 내엔 언제든 발 맞춰 재출발할 수 있다. 진지한 표정의 (이)세혁이가 골밑슛을 성공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함박꽃처럼 웃는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환해졌다.
단체 줄넘기 훈련, 2명이 줄을 돌리고 4명의 아이들이 쉼없이 뛰어올랐다. '무대 체질'이었다. 취재 카메라 앞에서 '2분간 59개' 신기록을 세운 후 (김)대현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 허벅지… 너무 아파요!"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아픈데 재미있어요!" 한다. '신기록 수립'에 박미숙 교사도 반색했다. "자주 와 주세요! 카메라가 있으니 우리 애들이 더 잘하네요,"
첫 서울림운동회 참가 소감을 물었다. 체대 진학을 목표 삼은 (유)환빈이는 "서울대에 직접 가보는 것만으로 새로울 것같다. 서울대체육관에서 다함께 달리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다은이는 "친구들과 이런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게 설레고 긴장된다"며 웃었다. 줄넘기 신기록 경신을 목표 삼았다. "60개 이상! 아니 70개! 목표는 우승!" 환빈이의 결의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농구 에이스' 환빈이는 주장 (임)지성이와 '하드캐리'를 다짐했다. "지금은 10개 정도 넣는데 우리가 더 노력해서 30개, 50개까지 도전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박미숙 특수교사는 아이들의 행복한 어울림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함께 운동하며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승부욕 강한 세혁이가 실수해 속상해 하면 아이들이 '귀여워! 괜찮아!'라며 박수를 쳐주더라. 아이들끼리 소통하고, 스스로 포용하더라"고 했다. 방산고의 경우 '서울림 전담' 체육교사는 없지만, 체육관을 지나는 모든 체육교사들이 '서울림' 선생님이다. "체육부장 선생님을 비롯해 다들 알게모르게 오가며 농구를 가르쳐주고 줄넘기 줄을 돌려준다. 운동 잘하는 지성이, 환빈이는 스스로 전략을 짜고, 부족한 친구들을 이끈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집단 지성과 선생님들의 응원과 지지, 말 그대로 모두의 운동회, 소통의 운동회다. 박 교사는 "서울림이 온 학교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며 웃었다.
체육교사 출신 홍애란 방산고 교장의 따뜻한 지지는 가장 큰 힘이다. 홍 교장은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다. 같이 어울리는 것,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교장단과 함께 하트하트재단 발달장애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다. 맑은 표정, 아름다운 하모니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큰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조력이 있었을까"라고 했다. "김예지 의원님이 국회에서 '코이의 법칙'을 말씀하신 후 학교 훈화시간 때도 언급했다. 어항에서 10㎝인 물고기가 강물에서 1m 넘게 자라듯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껏 헤엄칠 공간, 한계를 넘어설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를 통한 '서울림' 통합교육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표했다. "모두의 출발점은 다르다. 잘하는 애들도 있고, 어려워하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울리는 것 자체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다를 뿐, 하이파이브면 모두 하나가 된다. 땀 흘리며, 같이 하는 과정이야 말로 '동행' 스포츠의 가치다. '고 투게더!(Go together!) 하자!"
함께 달리는 '방산고 서울리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홍 교장이 두 손으로 큰 '시옷(ㅅ)'자를 그려보였다. "두 기둥이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모두를 위한 큰 지붕을 만드는 것, 그게 '서울림'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방산고(방이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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