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웰 다잉 준비하는 어르신들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힐링센터. 60대 이상 어르신 15명이 책상에 앉아 ‘웰 다잉(Well-dying)’ 강의를 듣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등을 엔딩 노트에 작성했다. 노트 첫 장엔 ‘OO의 자발적 의사로 작성됐다’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강사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무섭고 서글픈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나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강사는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웰 다잉 체크 리스트를 소개했다. 그중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이 이루어졌다’는 항목에 15명 중 8명이 ‘예’라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정경자(64)씨는 이날 “사전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작성하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연명 치료를 통해 오래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호흡기를 단 채 연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웰 다잉의 첫걸음인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사전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 누적 등록자 수는 201만299명으로 나타났다. 사전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 등록자 수는 2020년 25만7957명, 2021년 37만317명, 작년 41만3683명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이 중 60대는 2018년 2만1829명에서 작년 12만3219명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르신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보내는 웰 다잉 강의를 찾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명희(59)씨는 올해만 웰 다잉 강의를 두 번째 듣고 있다고 한다. 이전 강의에서 찍었던 영정 사진을 안방에 걸어두고, 매일 아침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 다짐한다고 했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1년 동안 복막염을 앓았고, 9년 전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 약을 먹고 있다”며 “숨을 거두기 전까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시간만큼 살다 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는 대신 호스피스 완화 치료를 결정한 어르신도 있다. 신모(81)씨는 “주변 지인들이 숨을 거두면서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호스피스 완화 치료 서비스를 이용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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